정부·서울시 재건축 정책 '엇박자'에 전세대란 심화

2014-02-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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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정부와 서울시의 상반되는 재건축정책이 서울 전세대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사업추진을 장려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사실상 재건축 속도를 늦추는 등 서로 엇박자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온도차로 인해 올해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이주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강남 재건축발 전세대란이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발 전세대란 온다

지난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한강 르네상스 폐기, 재건축단지의 기부채납비율 조정 등 공공성 강화, 재건축단지내 소형 평형 비율 상향 등의 정책 기조가 자리잡으면서 서울 지역의 재건축 심의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이런 정책은 가뜩이나 부동산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져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사업의 추진 속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반면 정부는 올해부터 재건축사업시 용적률을 법적 상한선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도 연말까지 유예하는 등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및 취득세 영구 인하 등 거래활성화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 서울시 정책에 따라 사업 속도가 늦춰진 재건축 아파트들이 지난해 말부터 정부 정책에 힘입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재건축 이주수요가 몰리고 있다. 재건축사업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가 시작된다. 사업시행인가는 관리처분인가 이전 단계로 이때부터 이주계획이 세워진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는 최소 1만3992가구에 이른다. 강동구 고덕주공 2~7단지, 서초구 잠원동 한신 5·6·18차 등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연내 관리처분인가 및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연말까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가 유예됨에 따라 추가로 사업시행인가 및 이주에 나서는 단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구 개포주공 2~4단지는 올 하반기 관리처분인가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강남권에서만 재건축사업 관리처분을 앞둔 단지가 2만8000가구에 이르고,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9만7000여가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올해 강남권 입주 예정물량은 9384가구에 불과해 전세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뉴타운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나서면서 사업이 더욱 늦어지고, 이에따른 서울시내 신규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세대란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며 "공급이 부족한데다 이주 수요가 한번에 몰리면서 수요는 늘어 전세난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재건축 이주 수요의 특성상 집주인이나 세입자 할 것 없이 대부분 전·월세로 이주하게 마련이다. 특히 강남권 세입자들은 학군수요가 많아 타 지역으로의 전출도 적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타 지역과 달리 강남권의 전세수요는 강남권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결국 초과 발생된 전세수요로 인해 기존 세입자 중 누군가는 강남권 외 지역으로 밀려나게 되고, 전세대란이 강남권에서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재건축 속도조절…재건축 조합은 반발

올해 강남권 재건축발 전세대란이 우려되자 서울시는 또다시 재건축 속도조절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시는 개별 재건축단지의 관리처분인가 신청시 열리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주변 임차시장의 여건도 고려해 재건축 사업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정책심의위원들이 지자체별 요구사항 및 시장 상황, 주택 멸실 비중 등을 고려해 관리처분인가 시점을 늦출 수 있다"며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가 올해 몰리는 만큼 사업 속도조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재건축 이주 수요 조절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른 전세난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 강남권의 경우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렸기 때문에 지자체가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유예되는 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재건축 조합들은 서울시의 속도조절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정부는 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 재건축을 장려하고 있는데 지자체가 사업 속도에 제동을 거는 것은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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