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최근 발생한 중국의 9세 남아 자살 사건이 중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와 함께 류서우얼퉁(留守兒童, 고향에 남아있는 농민공 자녀) 문제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어두운 사회현상의 일면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29일 베이징 유력지 신징바오(新京報)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安徽)성 왕장(望江)현에 사는 9세 남아 샤오촹(小闖)이 부모가 춘제(春節∙중국 설날)때 고향으로 오지 못한다는 소식에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샤오촹은 얼마 전 도시에서 돈을 벌고 있는 모친으로부터 올해 춘제 때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샤오촹은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돈을 벌기위해 도시로 떠난 부모 대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해 온 류서우얼퉁이다. 2년 전 부모의 이혼 후 부모와 만나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면서 9년 동안 4번밖에 부모 얼굴을 보지 못했고 전화통화도 6개월 전에 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린칭(楊林慶) 교장은 “부모와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는 겨울방학은 류서우얼퉁이 가장 기다리는 시기”라면서 “모친이 올해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공업화의 가속화와 함께 외지노동자들이 급증하면서 농촌에 류서우얼퉁들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숫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5월 중화전국여성연합회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전국 농촌에 홀로 남은 류서우얼퉁은 6100만5500명으로 전체 중국 아동의 21.88%, 전체 농촌 아동의 37.7%를 차지한다. 샤오촹이 거주했던 농촌에만해도 대부분 젊은 부부가 도시로 나가면서 4000명 인구 중 약 100명이 류서우얼퉁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부모의 부재에 따라 아이들의 정서와 학습에 많은 애로사항이 생기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사회문제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인구홍보센터는 류서우얼퉁 심리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통해 수천만명에 달하는 류서우얼퉁이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인격 장애는 주로 과도한 초조감, 충동감, 학업적 불안감, 대인관계 어려움 등의 형태로 나타났고, 인격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부모의 사랑과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류서우얼퉁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기관 차원에서 다양한 관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육체적, 물질적 지원에 집중돼 심리적, 정신적 지원은 매우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져 근본적 해결책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