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노숙인들과 첫 미사…"행복은 마음속에"

2014-01-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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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상징하는 추기경의 빨간옷 색깔만큼만 살도록 기도해달라"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몸이 멀쩡한 사람 중에도 장애인 많아요. 많은것을 갖고 화려하게 산다고 행복한 게 아닙니다. 행복은 우리 마음 안에 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이 19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노숙인과 장애인 보호시설 '은평의마을'을 찾아 주일미사를 집전했다. 지난 12일 추기경에 서임된 이후 첫 사목 활동이다.

은평의 마을은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날 미사에는 노숙인과 자원봉사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김우영 은평구청장도 함께했다.

주교관과 제의 차림에 목장을 들고 제단에 오른 염 추기경은 "믿건 안 믿건 간에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다른 종교를 갖고 계신 분들도 각 종교에 따라 넓은 마음으로 불편해하지 말고 미사를 드리자"고 제안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하느님이 우리를 정말 사랑한다면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할까? 의붓아버지 아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면서 "그러나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를 대신해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해 아들 예수를 보내셨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


염 추기경은 "나처럼 죄를 짓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데도 나를 사랑하실까 생각할 수도 있다"며 "부처님도 자비를 말씀하셨지만 하느님의 자비는 죄보다도 훨씬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많은 것을 갖고도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모르면 행복한 게 아니다. 행복은 우리 바깥에 있지 않고 마음 안에 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아들 딸이라는 기쁜 소식을 아는 게 바로 행복이다"라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강론중에 시장에서 좌판을 하면서 돈과 물건을 빼앗기는 어머니를 지켜주려고 조폭이 됐다는 사람에 관한 신문기사를 인용했다.

이어서 "우리는 상처받고 빼앗기는 일을 많이 겪으면 살아간다. 천국이 다른 세상, 다른 시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바로 지금부터 이 자리에서 복음의 기쁨을 안고 살면 천국이 따로 없다"고 했다.

또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남을 위해 살지 못하는 사람이다. 여러분들이 여기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을 위한 기도만 해도 아주 큰 일을 하는 거다"라고 격려했다.

염 추기경은 "나를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한다"면서 "추기경의 옷 색깔은 동맥, 순교를 상징하는 선홍빛 빨간색이다. 제가 옷 색깔 만큼만 살아가도록 기도해달라. 하느님께 생명을 바치고 복음을 증거하면서 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염 추기경은 성찬 전례 때 핸드벨 연주단원들에게 일일이 성체를 나눠줬고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성체를 직접 입에 넣어줬다.

미사가 끝난 뒤 장애인이나 몸이 아픈 이들이 치료를 받는 재활실에 들러 환자들과 한명 한명 악수와 포옹을 하면서 쾌유를 빌었다. 염 추기경은 "몸은 좀 어떠세요?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염 추기경은 방명록에 "이 집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시길 기도합니다"란 글을 남기고 노숙인들과 함께 떡국으로 식사했다.

이후 은평의마을 운영을 돕고 있는 은평구 역촌동성당을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자꾸 높아지고 승진하려 애쓰지만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건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예수님처럼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 문제에 관해서는 "시설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며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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