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CC와 제주 클럽나인브릿지. 두 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장이라는데 이론이 없을 듯하다.
삼성과 CJ를 관계사로 두고 있는 두 골프장은 ‘한국의 명문코스’답게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 골프매거진이 선정하는 100대 코스안에 이름을 올려놓곤 했다. 순위는 엎치락뒤치락이다.
세계 골프팬들에게 먼저 이름을 알린 쪽은 역사가 오래된 안양CC다. 안양CC는 골프다이제스트에 의해 1999년 처음으로 ‘한국의 베스트 코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해 골프다이제스트는 국가별 베스트 코스만 선정발표했다.
양잔디를 식재한 신설골프장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면서 한국산 잔디를 고집한 안양CC는 주춤거렸다. 2007년과 2009년 잇따라 클럽나인브릿지가 골프다이제스트에 의해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린 반면, 안양CC는 2012년에야 클럽나인브릿지 우정힐스CC와 함께 ‘미국외 100대 코스’에 등재됐다. 당시 순위는 클럽나인브릿지가 33위, 우정힐스가 81위, 안양이 99위였다. 클럽나인브릿지가 개장한 2001년 이후 10여년간은 클럽나인브릿지의 우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2014년 평가에서 안양CC가 클럽나인브릿지를 제치고 국내 최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히로노GC에 이어 둘째로 높은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안양CC는 40위, 클럽나인브릿지는 59위, 해슬리나인브릿지는 72위에 랭크됐다. 특히 이번 조사는 골프다이제스트의 종전 평가와는 달리 ‘미국을 포함한 세계 100대 코스’ 랭킹이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 안양CC가 클럽나인브릿지를 제치고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코스로 올라선 것이다.
2014년 조사는 전세계 846명의 패널이 참가해 진행됐다. 안양CC가 세계 100대코스 랭킹 40위에 오른 것은 최근 1년6개월에 걸친 코스 리뉴얼과 자체 개발한 ‘안양 중지’를 식재해 ‘한국적인 코스’라는 데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양CC의 18개홀 그린은 ‘서브 에어 시스템’이 구축됐다. 한겨울에도 그린이 얼지 않고 정상 컨디션으로 라운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처음으로 100대 코스로 선정된 해슬리나인브릿지는 2009년 개장 때부터 이 시스템을 갖췄다. 안양CC에서 코스 리뉴얼을 할 때 해슬리나인브릿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100대 코스안에 삼성과 CJ계열 골프장이 각 1개와 2개인데서 알 수 있듯이 삼성과 CJ는 골프장 경영에서도 ‘최고’를 지향하며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이 전국(경기 가평·군포·안성·용인 및 부산)에 108홀 규모의 코스를 확보하자 CJ는 제주와 경기 여주에 42홀 규모 골프장을 지었다. 골프장 후발주자격인 CJ가 악천후에도 라운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자, 삼성의 대표코스인 안양CC에서는 이를 본받았다.
삼성과 CJ의 명문 골프코스 경쟁에 최근에는 신세계가 가세했다. 신세계는 자유CC를 인수한데 이어 2012년말 트리니티클럽(경기 여주)을 건설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당시 “트리니티를 무조건 해슬리나인브릿지보다 좋게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트리니티는 나인브릿지처럼 페어웨이에도 벤트그래스를 심었고, 18개홀 그린에 서브 에어 시스템을 넣었다. 트리니티도 멀지않아 100대 코스 평가위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 골프장을 지향하는 ‘삼성家’(삼성·CJ·신세계)의 경쟁은 ‘세계 100대 코스에 3개 진입’이라는 성과를 낸 데서 보듯 국내 골프장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비회원은 이들 명문 코스에서 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안양CC-클럽나인브릿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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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안양 클럽나인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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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연도 1968 2001
설계가 로버트 트렌트존스 Jr 골프플랜디자인그룹
형태 연회원제 일반회원제
잔디 중지 벤트그래스
관계사 삼성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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