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명동성당은 아니잖아”…경찰 초강경 카드

2013-12-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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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행렬을 경찰이 아주경제 사내 앞에서 저지하고 있다 [사진=김용민 기자]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 =“민주노총 사무실이 명동성당 같은 곳은 아니지 않나.”

철도파업이 14일째를 맞은 22일 경찰이 오전부터 서울 중구 경향신문 건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 공권력을 전격 투입했다.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995년 11월 11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사무실을 열고 공식 출범한 민주노총은 우리나라 노동운동 조직의 정점에 서서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하며 ‘노동자의 성지’으로 인식돼 왔다.

민주노총은 1999년 영등포구 대영빌딩으로, 2010년 지금의 중구 정동 경향신문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긴 이후에도 굵직굵직한 노동·공안 사건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공권력 집행 대상에선 제외되어 왔다.

이 때문에 공안당국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동조합 지도부 등 노동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몸을 숨기는 일이 많았다.

2009년 11~12월 철도파업 때도 수배 중이던 김기태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 등 간부들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일주일 이상 피해 있었지만 당시 경찰은 건물에 진입하지 않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파업을 끝내고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자진 출석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수배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1~2일간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 주변에 배치된 적이 있었지만 이때도 경찰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당시 이 위원장은 조계사로 대피했다가 다시 경찰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경내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해 12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검거됐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때 노조 간부들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머물렀고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일 주일여간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검문검색을 벌인 적은 있지만 강제 구인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철도파업의 경우 장기화 국면으로 인해 사회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자 강경기조로 돌아섰다. 대규모 경찰 병력을 민주노총 사무실 건물에 투입해 체포영장을 집행에 나선 것.

경찰청 관계자는 “철도노조 파업은 엄연한 불법 파업인 만큼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그곳이 명동성당 같은 곳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철도노조는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부 사무실로 진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건물이 좁아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면 위험하니 강제 진입은 안 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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