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통 큰 선제 구조조정…시장 화답할까

2013-12-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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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현대그룹이 금융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내용이 포함된 선제적 구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방안의 성공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현대그룹이 발표한 3조3000억원의 유동성 마련 방안에는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 예상보다 강도높은 자구책.."위기 극복 의지"

현대그룹은 그 동안 현대증권 매각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예상보다 강도높은 자구책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현대그룹은 주축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로 인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터미널 지분 및 선박 매각 등의 자구안을 제시했으나 현대증권 매각 등을 포함해 보다 강력한 재무구조개선안을 요구받아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14년 상반기까지 현금보유도 충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현대그룹의 한축인 금융계열사 매각 여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으며,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내부 재정상황이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내년에 회사채 만기 4200억원과 기업어음(CP) 4000억원, 이자비용 및 선박금융 대금 등 총 1조5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2013년 9월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1214%에, 차임금의존도도 81.7%에 달한다.

해운업계 시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실패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업계 1위인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보여준 해운업계에 대한 금융권의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해운이 발행을 추진했던 영구채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현대상선의 영구채 발행도 자연스럽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시장 화답 여부가 관건

현대그룹은 이번 자구안이 실현돼 3조3000억원이 마련될 경우, 이 중 1조3000억원 정도의 부채를 상환하여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 기준 부채비율을 2013년 4분기말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추고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그룹은 이에 따라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현대상선이 중심이 되는 해운, 현대로지스틱스의 물류, 현대엘리베이터의 산업기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 4개 부문에 집중해 향후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으로서는 핵심사업의 한 축인 금융부문을 매각하는 고통이 있지만 이번 자구계획으로 그룹의 유동성문제 해결과 함께 핵심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지속성장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현대그룹은 더욱 단단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그룹의 이 같은 자구책에 대한 시장의 화답이 이뤄질 수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해운 시장의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고, 매물이 계획대로 적절한 시기에 제값을 받고 팔릴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룹차원에서 숙원사업으로 여기고 있는 대북사업 역시 현재 북한의 상황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는 부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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