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 간 양극화가 높아 설비투자 개선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현재 은행의 예금회전율은 3.7회를 기록했다. 예금회전율은 가계나 기업 등이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한 횟수를 말한다.
7월 4회에서 8월 3.4회로 떨어졌던 회전율은 9월 3.5회에 이어 10월까지 두 달째 상승세다. 횟수 자체만 보면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회전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유통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수시로 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은 28.5회로 전월(26.4회)보다 올랐고, 기업 간 결제자금으로 쓰이는 당좌예금 회전율 역시 456.3회에서 504.5회로 상승했다.
3분기 기준으로 기업이 은행에 쌓아둔 예금 규모도 총 304조9000억원으로 2분기(312조9000억원)보다 감소했다. 10월 현재 예금 규모는 305조1000억원으로 다시 늘었으나 상반기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가계 소비가 늘고 기업도 투자를 위해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3분기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해 3분기만에 2%대를 회복했고, 설비투자는 1.5% 늘어 6분기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이를 바탕으로 3분기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전년 동기대비 3.3%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2분기(3.0%포인트) 이후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경제심리지수도 11월 107로 약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설비투자다. 지표상으로는 좋아졌지만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 허울뿐인 성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금융공사의 설문조사 결과, 내년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는 139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기업은 올해보다 5.6% 늘린 113조8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16조2000억원과 6조1000억원을 계획해 올해보다 2.7%와 7.1% 각각 감소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는 2011년 8조800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 계획된 투자규모는 전체 설비투자 중 4.5%에 불과하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서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속보치보다 0.1%포인트(전년동기대비)씩 줄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대기업이나 일부 대형 제조업체는 괜찮은 편이나 영세한 업체들은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라며 "부문간 성장 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기업들이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보고는 있으나 업종별, 규모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전체 개선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