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코스피가 1900 중반으로 후퇴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우려에 엔화 약세, 북한 장성택 실각 등 많은 악재들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욕구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9일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13일에는 장중 1947.4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주가지수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약 1조857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8월 2조1671억원, 9월 7조6361억원 등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무려 14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11월 188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이달 들어서는 매도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탈 이유는 우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많은 악재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엔ㆍ달러 환율이 지난 9일 달러당 103 엔을 넘을 정도로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자동차와 전기전자(IT) 등 한국 주요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됐다.
또한 당초 내년 초에나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올해 말로 당겨질 것이란 전망도 증시를 잡고 흔들었다.
북한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과 동시에 사형 당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것도 한 원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외국인 순매도 현상이 향후 계속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지난 몇달 간의 순매수 규모보다 비교적 적고, 한국 증시의 매력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차익 실현 목적이 더 커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15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매도 규모는 추세 전환을 판단하기에는 적은 규모"라며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시장의 우려 만큼 길어지지는 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순매도 구간에서 외국인의 투자 흐름을 보면 산업재와 경기소비재 업종에서의 매도가 두드러졌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업종의 순매도가 각각 2000억원, 1000억원으로 가장 컸는데, 이들 업종은 지난 8월 말부터 시작된 외국인 매수 구간에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종목들이다.
이는 외국인들의 최근 순매도가 집중 매입후 주가가 오르자 되파는 차익 실현의 성격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또한 현지시간으로 오는 18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되면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는 우려를 이미 많이 반영하고 있다"며 "미국이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해 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100억 달러 미만으로 제한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이 저평가된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