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이광필
돌아와서 이야기 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 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오라
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눈다
신문에는 심인란이 있다. 찾을 심에 사람 인을 써서 ‘사람을 찾는다’는 의미이다. 화자는 화장실에 앉아 심인란을 읽고 있지만 그 속에 있는 절실함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1980년이라고 명시한 당시에는 일명 ‘빨갱이’라고 누명을 씌워 삼청교육대 등 잡혀간 사람들이 많았다. 암울했던 시대상을 반영한다.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제작 위더스필름)의 송우석(송강호) 변호사의 모습과 똑같다. 고졸 출신으로 어렵게 판사가 됐지만 금방 때려치우고 세무 전문 변호사로 직업을 바꾼 ‘송변’은 뉴스에서 ‘빨갱이’로 명명된 대학생들이 나올 때마다 “데모하려고 대학교를 갔느냐”며 혀를 찬다.
주변에서 ‘변호사 망신은 다 시키고 있다’고 수군거리지만 “법에 접촉된 것은 전혀 없다”며 돈 모으기에 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송변은 단골 돼지국밥집 주인 순애(김영애)로부터 아들을 살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순애의 아들 진우(임시완)는 야학 교습실에서 시 낭독을 하던 중 ‘부산에서 데모가 일어나지 않게 미리 손을 써라’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경감 차동영(곽도원)에게 붙잡혀 재판을 앞두게 된다.
송변과 순애와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법 고시 준비를 때려치우고 아파트 건설 현장을 전전하던 송우석은 아내가 출산하던 날 국밥집에서 국밥 한그릇에 소주잔을 기울였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우석은 돈을 내지 않은 채 헌책방으로 달려가 팔았던 고시 공부 책을 되샀다.
각고의 노력 끝에 고시를 패스한 그는 떼돈을 벌고 국밥집을 찾아가 몇 배로 갚으려 했으나 “니 잘된 모습으로 충분하다”는 순애의 말에 큰 감동을 받는다.
이후 진우를 지키고, 정의가 무엇인지 알리는 송우석의 심금을 울리는 변호가 시작된다. 이미 판결이 준비된 상황에서도 송변은 검사와 판사를 몰아붙이며 “형량 협상을 하자”는 말에 ‘무죄’를 외치며 투쟁과도 같은 변호를 불사한다.
송강호가 변호인에서 보인 연기는 압권이다. ‘설국열차’의 기차 설계사 남궁민수와, ‘관상’의 관상가 내경과 다르다. 시사회를 연 상영관 구석구석에서는 안경 너머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연신 콧물을 삼키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송강호의 연기가 관객들의 가슴 깊이 파고들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각각 누적관객수 900만을 넘긴 설국열차, 관상에 이은 송강호의 흥행 3연타를 확신하게 만든 대목이다.
한편,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일대기와 1981년 제 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15세 관람가로 오는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