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문하생 시절 일본 잡지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그리라는 말을 들었다. 이처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본 만화 홍수 속에서 웹툰이 한국 만화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윤태호 작가)
최근 개봉한 더파이브를 비롯해 이끼,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웹툰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또 웹툰은 게임, 캐릭터 상품 등으로 재탄생되며 다양한 콘텐츠의 원천 소스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국제콘텐츠컨퍼런스’에서 ‘웹툰의 무한진격: 대한민국 웹툰 전성시대’를 주제로 개최된 토크콘서트에 참가한 윤태호 작가(연재작: 미생, 이끼, 야후 등)는 웹툰을 한국 만화 부흥을 이끈 원동력으로 꼽았다.
윤 작가는 “미생을 연재하면서 직장 생활에 공감한 중장년층도 공감하면서 웹툰을 본다는 것을 알았다”며 “웹툰은 또래인 독자층과 함께 이야기하며 나이를 먹어갈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창완 세종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윤 작가와 함께 ‘목욕의 신’으로 인기를 얻은 하일권 작가가 함께 했다. 두 작가에게 쏟아진 주요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다.
△누룩미디어 대표를 맡고 있다. 시작한 이유는?
-윤태호: 처음엔 강풀 작가가 제안했다. 이끼는 준비부터 완결까지 5년, 미생은 4년 7개월 걸렸다. 작품을 단행본, 영화 등 타 매체로 전이할 때 업체에 속지 않고 원하는 파트너와 하고 싶은 욕구가 많았다. 그래서 의기투합했다.
또 디지털 환경이 되면서 작가들이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계약서를 보게 되는데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때 공정하게 잘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작가는 돈 이야기하면 말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만화웹진 에이코믹스를 창간한 이유는?
-윤태호: 미생을 연재하면서 나이가 있으신 분들 웹툰을 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네이버나 다음의 웹툰 코너를 열어보면 작품이 너무 많아서 어떤 작품을 볼지 모르게 된다. 그러면 유명한 작품 위주로 보게 되고 신인 작가 등의 작품이 묻히게 된다. 독자들에게 만화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도록 안내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향후 에이코믹스 사이트에서 QR코드를 찍으면 만화에 대한 많은 리뷰와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을 꿈꾸고 있다.
△윤태호 작가의 작품을 보면 비슷한 배경이 많은데?
-윤태호: 복사 컷을 쓰는 경우다. 현재 스태프 4명, 어시스턴트 4명과 함께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해도 연재 중에는 바빠서 잠을 제대로 못잔다. 같은 배경을 새롭게 그린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미생의 경우 연재 들어가기 전에 회사 공간이 한정돼있으므로 2000장 정도의 회사 배경을 그려놓고 시작했다.
△영화 같은 컷이 담긴 작품을 쓸 계획은 없나?
-윤태호: 이끼는 영상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이끼는 스크롤에 최적화돼있어 책으로 제작했을 때 흐름이 깨졌다. 작가는 고료가 아닌 인세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단행본으로 사서 봤을 때 돈이 아깝지 않을 작품을 쓰고 싶었다. 미생은 출판만화식으로 완성을 해놓고 스크롤 식으로 떼서 붙였다.
△스토리텔링의 비결은 무엇인가?
-하일권: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편이다. 밥을 먹거나 친구를 만날 때 이런 상황을 만화로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목욕의 신’은 찜질방에서 탕 안에 있는데 목욕을 소재로 삼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탕 안에서 한 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거기서 대부분의 스토리가 생각이 났다. 너무 재미있었다.
△후배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윤태호: 웹툰 작가 중 출판에서 시작한 작가는 작가 그룹 내에서 끼리끼리 문화가 있다. 독자보다 작가들끼리 소통하다보니 작품이 독자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나 스승을 향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과거의 화실 문하생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다음 작품을 할 때 독자들이 어떻게 볼까에 대해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작가의 작품 중 좋아하는 웹툰은?
-윤태호: 양영순 작가의 ‘철견무적’을 좋아한다. 흥행은 안됐지만 좋아한다.
-하일권: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웃을 수 있는 개그만화를 좋아한다. 마음의 소리, 이말년시리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