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시행된 대선 1차 투표에서 개표율 80% 기준으로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의 미첼 바첼레트(62, 여) 후보는 46.6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보수우파연합 ‘알리안사’의 에벨린 마테이(60, 여) 후보로 25%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이외에 좌파 마르코 엔리케스-오미나미(40) 후보와 무소속 프랑코 파리시(46) 후보가 10%대 득표율을 보이며 그 뒤를 쫓고 있다.
지금까지의 개표 결과 등을 종합하면 미첼 바첼레트 후보와 에벨린 마테이 후보가 결선투표에 오르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미첼 바첼레트 후보는 이날 오후 10시쯤 지지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최종 승부가 결선투표로 넘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칠레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해 단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를 당선자로 최종 결정한다. 이번 결선투표는 다음 달 15일 실시된다.
지난 1993년 이후 실시된 칠레 대선에서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결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 칠레 대선이 특히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결선투표에 오른 두 후보가 모두 여성이면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1990년)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선거로도 여겨지고 있다.
두 후보의 부친은 모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모두 공군 장성이었고 두 후보는 어린 시절 친구였다.
미첼 바첼레트 후보의 부친인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쿠데타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편에 섰다가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았고 결국 옥사했다.
반면 에벨린 마테이 후보의 부친인 페르난도 마테이는 쿠데타를 지지했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에서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결선투표에서도 미첼 바첼레트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 공공연구센터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들 중 70% 넘게 “바첼레트가 대통령궁 라 모네다(La Moneda)에 입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첼 바첼레트 후보는 2006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이번 대선에서는 역대 대선들 중 제일 많은 9명의 후보들이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