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에 한국은 어떤 전략적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치싸움으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제시할 카드가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의 투자를 방해하는 규제가 방치되고 있으며 가스수입 등 각종 산업 현안들이 장기 휴업상태인 국회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다수 시장 전문가들이 예측하듯이 이번 푸틴의 방한은 자원외교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넘쳐나는 셰일가스에 자국의 가스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가 극동아시아를 차기 시장으로 겨냥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가스를 독점적으로 수입하는 가스공사는 이미 다른 공급처와의 장기계약에 묶여 있어 새 계약을 맺을 여건이 못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푸틴이 값싼 가스 공급을 제안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그간 민간 기업은 값싼 가스를 자체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 가스공사와 마찰을 겪어왔다. 정부로서는 민간 개방확대로 인해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볼 손해를 간과할 수도 없다. 결국 민간과 공사의 적정한 합의가 필요한데 그동안의 구멍난 국정 상황을 보면 그러한 준비가 갖춰졌을지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약속했던 법안 처리조차 거의 8개월여 동안 방치돼 있다. 규제에 발목을 잡힌 한 기업인은 “법안 처리가 안 되면 때려치는 수밖에 없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셰일가스를 필두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그간 중동 등 에너지 공급자에 휘둘려온 한국이 선택권을 넓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국회가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있는 상황에선 세계 시장의 흐름에서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고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