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정부 청사 건물 밖에서 한 중국계 소녀가 ‘지미 키멜을 해고하라.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선동하지 마라.’라고 쓰여진 표어 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수 천명의 시위자들이 샌프란시스코 시정부 청사 앞 광장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며 미국 ABC 방송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샌프란시스코=신화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앞서 '중국인을 모두 죽이자'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13억 중국인의 공분을 산 미국 ABC 방송사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ABC 방송국이 10일(현지시각) 10월 해당 방송사 간판 심야 토크쇼인 '지미 키멜 라이브'의 한 코너에서 나온 중국인 모욕 발언에 대한 ‘공개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검열을 강화해 향후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ABC 방송국은 성명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해당 방송분을 영구 삭제함과 동시에 문제가 된 코너도 영구 폐지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사회자인 키멜이 미국 정부가 중국에 진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묻자 한 소년이 "대포를 마구 쏴서 중국인들을 다 죽여버려요"라고 답했다. 이에 키멜은 웃으면서 "그래, 재미있는 생각이구나"라고 답하고는 "우리가 중국인들이 살도록 허락해야 할까"하고 반문했다.
어린이들은 '그래요' 혹은 '안돼요'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고 한 소녀는 "우리가 (중국인들을) 살려주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를 죽일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대화가 여과 없이 방영된 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 달 18일부터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해당 프로그램 폐지 요구 항의 서명을 올린 인원 수는 20일도 채 안된 지난 7일 기준 이미 10만명을 돌파했다.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한 달에 10만명 이상이 서명하면 백악관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ABC 방송사 고위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사과에 진심이 부족하다”, “공개 사과하라”는 요구는 더욱 거세지며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 뉴욕 ABC 방송사 본사 건물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해당 프로그램 녹화장 앞에서는 재미 중국인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지미 키멜이 직접 현장에서 시위자들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재미 중국인들은 지난 8~9일(현지시각)에는 뉴욕, 뉴저지, 샌프랜시스코 등 20개 도시에 모여 ABC의 중국인 차별 발언 방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ABC의 공개사과와 지미 키멜의 징계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