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국내 증시에서 44거래일 연속 순매수해 온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섰다. 지수도 주가를 떠받치던 세력이 사라지면서 급락했다. 여기에 거래대금마저 줄어들면서 증권업계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23일부터 전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4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후 이날 약 877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에서도 약 29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및 기관이 동시 매도에 나서는 바람에 코스피는 이날 하루만 1.43%(29.49포인트) 하락하면서 2030.09까지 밀렸다.
지수 하락은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29~3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양적완화 유지 방침을 밝혔지만 동시에 미국 경제가 아직 회복하지 못했음을 알렸다.
이에 따라 당분간 주가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한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와 중국의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중국의 정책노선 확인 과정 필요성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강도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다만 지수를 급격하게 낮출 악재도 없어서 단기 조정을 거친후 중장기적으로는 상승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흐름과는 무관하게 거래대금 감소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4조4600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로 늘었다가 이달 들어서는 4조2000억원 남짓으로 되레 뒷걸음질을 쳤다.
특히 증권사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는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크게 줄고 있다. 이번달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0일까지 3조8660억원에 머물러 지난 1월의 4조2160억원과 비교하면 8%이상 줄었다.
외국인이 기록적인 순매수 행진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싼 값에 매물을 계속 대줬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투신권은 지난달 5일부터 36거래일 연속으로 매도했고 개인들은 '바이 코리아' 기간 5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며 외국인이 살 물량을 제공했다.
반면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인 15조여원 가운데 87% 정도는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에만 국한돼 다른 상장종목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당장 거래대금이 줄면서 대다수가 여전히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죽을 맛이다. 지수 상승이 업황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이미 옛날에 외국인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면서 개인들이 주식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크게 훼손됐다"며 "여기에 최근 '동양 사태' 등 각종 악재가 터지면서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수익은 물론 펀드, CMA 등의 판매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