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업체들이다.
최근 국내 스마트폰 케이스 업체가 1000여개에 달한다고 하지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애니모드, 슈피겐SGP, 제누스 등 소수다.
이들 가운데 1위 기업은 지난해 매출 900억원을 기록한 '애니모드'다. 애니모드는 전년 매출 4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두 배 넘는 성장을 이룬 것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애니모드는 1위 기업답게 다양한 혁신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닫으면 거울로 사용할 수 있는 '미인 시리즈',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도입한 '마블 캐릭터 케이스' '디즈니 캐릭터 케이스' 등 다양한 시도로 히트상품을 연달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애니모드의 성장에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라는 불명예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호창 의원은 삼성전자와 애니모드가 과거 친족분리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지 않고 최근까지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를 통해 업계에서 소문으로만 나돌던 이야기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애니모드는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는 모두 노코멘트하겠다"며 "현재 애니모드가 아닌 삼성 브랜드를 달고 공급하는 분량은 일부"라고 주장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 2위는 슈피겐SGP가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60억원을 기록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을 70% 정도까지 늘렸다. 슈피겐SGP는 현재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전 세계 6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업계에서 스마트폰 케이스 한류를 구축한 대표 브랜드로 꼽힌다. 이는 김대영 슈피겐SGP 대표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해외에 체류하는 기간이 더 긴 경영자로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계속 미국 등 해외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아무래도 해외에 있는 기간이 길다 보니 슈피겐SGP가 해외시장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누스는 지난해 매출 15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가죽제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제누스는 카드목걸이 등 다양한 가죽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또 다른 그룹은 외국계 브랜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는 아이폰의 흥행과 갤럭시 시리즈의 역전에 민첩한 영향을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인기가 주춤하고 갤럭시 시리즈가 판매량을 역전하면서 이들도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인케이스와 타거스는 재빨리 백팩, 노트북 가방 등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 전략을 변경했다.
벨킨은 휴대용 배터리팩, 암밴드, 보호필름 등 다양한 액세서리 출시로 국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벨킨 관계자는 "삼성 갤럭시 노트3의 케이스는 1종만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라며 "벨킨은 애플에 특화된 브랜드이기도 하고 삼성 정품 케이스만이 제공하는 기능 등의 시장성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3를 출시하면서 플립커버에 삼성로고를 달면서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에 정품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갤럭시S4 등 출시되는 신제품마다 삼성정품 케이스 등 액세서리를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정품 시장이 탄생하게 됐다. 이후 LG전자와 팬택 등도 신제품 모바일 기기 출시와 함께 정품 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시장 직접 진출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주장과 전문업체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