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백운찬 관세청장, "AEO-MRA 제도·향후 추진방향"

2013-10-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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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백운찬 관세청장이 서울본부세관에서 아주경제신문 양규현 정경부장과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민주화·경제활성화’ 이중주 속에 또 하나의 이슈는 단언컨대 ‘지하경제 양성화’를 말할 수 있다. 전체 세수 중 36.5%를 차지하고 있는 관세청의 역할이 新(신) 정부 출범을 계기로 더욱 주목받게 한 단어다. 아울러 마약이나 금괴 밀수, 불법무기류, 원자력 방사능 관련 물품 등 관세당국의 선제적인 단속 활동은 큰 활약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사정기관으로써의 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한 수출기업들이 세계 무역 전쟁 속에서 원활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관세비즈니스 등 길잡이 역할에도 분주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본부세관에서 백운찬 관세청장은 아주경제신문과의 대담을 통해 수출입시 통관 및 세관 검사의 절차를 신속·간소화하는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통관애로 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상호인정약정(MRA) 제도에 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6월 중국과의 AEO MRA을 체결했다. 어떤 제도이고 하반기 및 내년 추진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체결 배경은 미국의 9·11테러 발발 이후 수출품의 안전성이 강조되면서 안전한 수출입 물류를 확보하고 나아가 비관세 장벽까지 허물자라는 의도로 추진됐다. AEO MRA는 해당 기업이 수입 또는 수출하는 물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관세청이 인정해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중국에 수출을 하는 기업은 품목분류·위해물품 여부 등의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약정 체결 이후에는 우리나라에서 AEO로 인증된 기업에 대해 중국에서 별도의 통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AEO로 인정된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통관 절차가 생략되거나 간소화된다. 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과 교역량이 많고 비관세장벽이 높은 국가와 AEO 상호인정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국익중심의 실리적 외교활동 전개와 해외에서 발생하는 통관애로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AEO 상호인정 협정의 전략적 추진’을 통한 기업경쟁력은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고 전략적으로는 MRA 추진 국가를 선정해 협상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한·중 정상 입석 하에 ‘AEO MRA’를 체결했다. 양국 실무자 협력·내부 시스템 개선은?

-“지난 6월 말 중국서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 입석 하에 한국 관세청장과 중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총서장이 AEO MRA를 체결했다. 한·중 AEO MRA체결은 중국이 우리나라 제1의 무역상대국이면서 흑자국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 해관은 한국과의 MRA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같이 AEO기업화물은 별도 신고 없이 AEO화물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현재 수입통관시스템에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AEO로 인증된 440개 정도의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기업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우선 중소기업 위주로 AEO 업체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체계를 갖춰나가고 수입통관 시스템도 개선해 나갈 것이다.”

지난 11일 백운찬 관세청장이 서울본부세관에서 아주경제신문 양규현 정경부장과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세계관세기구(WCO) 자금으로 한 중국과의 공동 ‘AEO MRA 효과연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껏 개별적인 몇몇 업체들의 혜택 수혜 사례는 있었으나 무역진흥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통계적·과학적인 분석은 없었다. 이에 한국 관세청이 주관해 WCO 기금 지원을 받아 전 세계 46개국(EU 28개국, 남미 13개국 포함)을 대상으로 MRA 효과분석 및 발전방안을 연구 중이다. 마침 한·중 AEO MRA를 기회로 중국과는 시범업체를 선정해 AEO업체와 非(비)AEO업체 간의 통관시간 측정 등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EO MRA 제도를 아직 이해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수출기업들이 공인을 받을 수 있도록 어떤 지원에 나서는가?

-“우리나라 물품을 수입하는 중국에 진출해있는 우리 기업 중 중국 세관에서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AEO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기업들이 있다. 또 한국에서 AEO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중국기업도 있다. 이러한 기업이 하루빨리 현지 관세청으로부터 AEO 기업으로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중 세관 합동으로 교육 및 홍보활동, 1:1 맞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8월에 서울과 부산에서 한중 합동설명회를 개최했고 한국 측에서도 중국 현지로 나가 홍보 및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AEO MRA 제도가 좋은 측면도 있지만 기업들이 주의할 부분도 당부해달라.

-“AEO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각국 세관들이 인증·확인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관세청이 수출 기업에 대해 보증을 서주는 역할이다. 준법성·물품 생산 시 보안 장비 구비·안전성 여부 등 AEO 인증 기업 선정 기준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인정해준다. 인정한 뒤에도 3년마다 재평가를 통해 그 안전성이 유지되는가를 평가한다. 중국과의 MRA의 경우 중국 측은 비록 우리나라 AEO기업 수출화물이라도 중국 수입자가 법규준수도가 매우 낮으면 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해관기업분류제도에 의해 AA, A, B, C, D 등 5개 등급으로 기업을 분류하고 있는데 C, D류의 기업은 과거 범죄사실과 연루됐던 기업들로 혜택을 배제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AEO기업들은 상대국 바이어를 선정할 때도 신뢰할 만한 기업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관세청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 AEO MRA 비관세 장벽 해소, 무역규모·기업 이익 상승 등에 어떤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가?

-“AEO 업체로 인정받으려면 안정 장비 구비 여부·컨설팅 등도 이수해 일정 비용이 든다. 비용면에서는 중소기업의 여건을 고려해 세관 공무원들이 중소기업의 컨설팅 비용을 보조해주는 등 비용 최소화를 위한 제도 운용을 하고 있다. 효과면에서는 미국 관세청이 연구한 결과 컨테이너 하나당 1000달러가 감소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AEO MRA를 체결함에 따라 연간 약 2조7000억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추산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만큼 물류의 신속성과 안정성, 세관 검사 시 드는 비용이 절감되는 등 기업으로서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후진국일수록 세관에서 많이 걸리는데 우리나라 세관은 세관 매우 빠른 편이다. 동남아 중국 등 관세에 대한 제도가 선진화 되지 못한 경우에는 비관세장벽이 엄청 높다. 이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2조7000억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MRA 체결 직후 수출입업체를 위한 합동설명회를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개최했다. 성과는?

-“양국은 MRA 체결·활용 시점에 맞춰 8·10월 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8월말에는 1차로 서울과 부산에서, 2차로 중국 소주와 청도에서 각각 개최했다. 두 차례 모두 AEO 및 비AEO 수출입업체, 관세사 등 500여명 이상이 참석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중국에서는 바이어들이 한국 관세청의 AEO공인절차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는 등 중국과의 MRA를 계기로 향후 중국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구매선을 많이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1일 백운찬 관세청장이 서울본부세관에서 아주경제신문 양규현 정경부장과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AEO MRA 체결 후 약정의 이행을 보장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 발굴·해소키 위해 어떤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인가?

-“지금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 첫째로 중국은 업체 수가 많다 보니 AEO로 인정된 업체도 많다. 이에 진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AEO 업체가 아닌데도 AEO 기업으로 인정돼 한국으로 진출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점검할 수 있는 기능을 보완하고 현지 업체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둘째로, 아직까지 중국은 각 성(省)별로 세관이 있다. 중국 세관 직원도 아직까지 AEO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중국 세관과의 교류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수정하고, AEO를 지속적으로 홍보, 양국 간 국장급 회의를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 이후 특별히 지시한 사항은 없었는가?

-“박 대통령께서도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제도가 우리 수출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와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필요한 경우 재정지원까지)을 통한 제도의 실효성을 끌어올리자고 말했다. 다양한 홍보 강화와 더불어 중소 수출기업을 위한 AEO공인신청 프로세스를 개선해 쉽고 간편한 공인 취득을 할 수 있도록 국제규범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공인기준을 간소화하고 있다. 서식표준화 연구 등도 진행 중이다. 특히 과거 예산 배정 후 매년 초에 공고하던 중소기업지원사업 신청 공고를 연중 상시모집으로 전환해 사전모집 및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10월초 이미 2014년 지원희망 의향서 제출업체가 올해 전체 23개 업체 보다 두 배가 넘는 51개에 달하고 있다.”

△AEO 기업들 중 구조개선이 된 기업 사례가 있는가?

-“AEO 업체 중 우수 업체를 선정하는 경진대회를 두 차례 실시했다. 다수의 선발 업체가 있는데 그 중 SK하이닉스는 특히 모범적인 AEO 업체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AEO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물류 사고가 70% 이상이 감소되고 물류비용도 연간 80억 정도가 절감되는 효과를 거뒀다. 통관·세관 소요 시간도 연간 3000시간 단축했다.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준법성을 제고하고 사고는 감소시키고, 외부적으로는 통관 및 조사비용을 줄이고 있어 모범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세공장 원재료의 주말 및 야간 반입 시 선사용 후신고로 생산에 기여하고 있으며 관세관련 기획심사·법인심사 등 제반심사 면제와 수출입검사 생략 등 관세청이 부여하는 최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관세청은 수시로 우수 업체를 선정해서 발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대기업 위주였는데 앞으로는 중소기업도 많이 선정할 계획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물류, 밀수 마약, 불법무기류, 일본 방사능 등을 단속하는 일선에서 점검하고 막아주는 역할을 관세청이 해왔다. 무엇보다 관세청의 일차적 목적은 세수 확보에 있기 때문에 현재 세입이 어려운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탈세를 막기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 전 공개된 탈세자 명단 발표에 따르면 관세청이 불법외환유출 43개 업체, 총 1조1000억 정도를 적발했다. 더불어 지하경제양성화 활동이 시작된 4월 이후 현재 AEO 기업이 자율적으로 수정 신고한 세수가 79건 499억여원에 달하고 있어 세수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관세청은 지금까지 국민들이 잘 몰랐던 일을 숨어서 많이 해왔다. 이에 적극적으로 관세청 홍보를 할 계획이다. 국민이 애정을 갖고 봐주길 바란다. 아울러 AEO MRA가 실현되려면 현지 우리 공무원의 역할이 늘어나야 되는데 해외 관세관의 숫자가 매우 적은 상황이다. 이에 하반기 해외 관세관 인력을 확충해 우리나라 수출 업체가 현지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프로필> 백운찬 관세청장
▲1956년 2월 경남 하동 출생 ▲진주고등학교 ▲동아대학교(법학), 동아대 대학원(법학석사)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대학원(공공정책학 석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졸업(세무학 박사) ▲행정고시 24회 합격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現(현)관세청장

대담=양규현 정경부장, 정리=이규하·배상희 기자, 사진=남궁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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