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미국선 스파이? 영국선 투자자?

2013-10-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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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R&D센터 건설에 합의…2억달러 투자"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미국에서는 스파이혐의를 받으며 시장진출 기회마저 얻지 못했던 중국의 통신설비업체 화웨이(華爲)가 영국에서는 R&D센터 건설을 승인받는 등 '대환영'을 받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자국의 미래 패권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영국은 중국을 적극적인 외자유치 대상국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여개 기업 경영진과 함께 중국을 방문중인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16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을 방문해 화웨이 본사에서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과 투자관련 협상을 벌인 자리에서 화웨이의 영국 R&D센터 건설에 합의했다고 중국신문사가 17일 전했다. R&D센터에는 2억달러가 투자되며 2017년까지 연구원 규모를 300명까지 늘리겠다는 게 화웨이의 계획이다. R&D센터는 광전자연구와 단말기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주력하며, 연구성과는 전세계 140여국가에 있는 고객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화웨이는 R&D센터 운영을 통해 영국의 통신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브리티시텔레콤이나 보다폰에 대한 납품확대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중국방문단에도 브리티시텔레콤도 참여해 있다. 지난해 화웨이를 장비공급자로 선정했던 브리티시텔레콤은 "화웨이는 믿을만한 기업이며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고 브랜드가치가 높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전직 FBI국장까지 나서서 화웨이를 스파이기업으로 비판하고 있는 미국은 화웨이에 휴대전화기와 초고속인터넷 장비만 판매토록 허용하고 있다. 호주는 국가 광통신망 프로젝트에서 중국발 사이버 위협 가능성을 우려해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했다. 영국의 정보기관 역시 화웨이의 영국시장 침투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중국 자금 유치가 시급하다는 경제 논리에 밀려 기술연구소 투자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본 장관은 이날 "일부 국가에서 화웨이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점을 알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다"며 "영국에는 고급인력들이 풍부하고, 해외자본에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투자1순위 국가"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이미 지난해 향후 5년동안 영국투자와 영국부품구매에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화웨이측은 "최소 향후 몇년간은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겠지만 영국은 상황이 다르다"라며 "유럽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있으며, 이 중 영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교환기와 라우터, 인터넷장비 등을 전세계 500여 통신업체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매출의 70%가 해외매출로, 통신설비시장에서 에릭슨 다음으로 2위에 올라있다. 현재 화웨이의 대부부의 주요 고객은 영국 보다폰을 비롯해 스페인 텔레포니카, 프랑스텔레콤, 독일 에브리싱에브리웨어 등 유럽 기업들이다.

한편 오스본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맨체스터 공항 상업지구에 대한 중국 업체의 6억5000만 파운드 투자를 발표하고, 중국 기업에 원전 시장을 개방키로 하는 등 활발한 투자유치 작업을 전개했다. 또 런던 금융기관이 중국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하고, 영국 진출 중국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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