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가계 디레버리징을 통한 주택경기 흐름 진단

2013-08-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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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택경기 흐름을 살펴보면, 주택가격 하강 압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등 주택산업의 경기 변동성과 정책 변수의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글로벌 주택경기 순환 흐름을 살펴보자. 최근의 금융위기의 특징으로는 '가계 디레버리징(주택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가계의 부채 축소과정)'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경기 하강이 6~7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주택산업의 복원력을 회복해가는 정상화 과정이다. 이 구간에서는 주택 등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의 채무조정(채무불이행, 부채상환 등)이 이뤄지면서 가계부채 부실 등 가계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통한 주택수요 창출 여력이 급격히 위축되는 특징을 보인다.

미국의 주택경기는 2006년 이후 6년에 걸친 가계 디레버리징 사이클을 종료하고 2012년 들어 재차 장기 상승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미국 경제는 주택가격이 30% 이상 하락하고 모기지대출 잔액이 10% 가까이 감소하는 등 고강도 가계 디레버리징이 이루어진 이후 강한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택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는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디레버리징이 낮은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GDP 대비 은행여신 비중이 2008년 125%, 2010년 112%, 2012년 109% 등으로 6년째 감소추세를 유지하는 등 가계 디레버리징이 진행되면서 대출을 통한 주택수요 창출 여력이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디레버리징 순환구조의 틀 안에서 지금의 주택가격 약세, 전세가격 강세 현상을 진단해보자. 첫째,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간 양극화는 급격한 채무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급격한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매매 및 전세 간 수요 이전이 차단되고, 이에 따른 주택수요 충격은 대체재 성격이 강한 임대시장에서 전세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경우 주택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세가격(2013년 7월 현재)은 2008년 말에 비해 30.4% 상승했다.

둘째, 최근의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임대시장의 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저금리에 따른 영향으로 월세가 전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은 6.7%로 2008년(9.3%) 이후 하락 추세를 지속하며 월세수요를 증가시키고 매매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집주인의 경우 공급자 중심의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시장금리보다 2배 이상 높다보니 당연히 월세를 선호하게 돼 전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택경기의 국면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지금의 주택가격 약세, 전세가격 강세 현상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택산업은 가계 디레버리징이 이미 6년째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가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전후로 가계 디레버리징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강구되고 있음에도, 가계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인 현 국면에서는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주택산업의 복원력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보완대책보다는 경기 순환주기를 고려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된다.

따라서 부동산정책은 거시적 관점에서 주택산업의 기초여건(대출구조 개선, 장기 모기지금융 활성화 등)을 개선하고 나아가 시장을 통한 미시적 자율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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