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을’로 전락한 세입자, 전세사기 주의보

2013-08-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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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명철 기자=#1. 전셋값이 비싸 중개수수료라도 아껴보자던 대학생 박모씨는 지난달 인터넷 직거래장터에서 만난 A씨에게 5000만원을 주고 서울 동작구 원룸을 계약했다. 하지만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A씨와는 월세 계약을 맺었다"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뒤늦게 보증금을 가로챈 A씨를 수소문했지만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2. 이달 초 경매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를 싼값에 매입한 후 정상 가격에 산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은행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은 부동산 매매업자가 구속됐다. 이들은 아파트를 재분양하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놓기도 했다. 은행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이 아파트를 경매에 넘기면서 세입자들은 꼼짝없이 전세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둔 전세시장에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을'로 전락한 세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건물 관리인의 이중 계약과 공문서 및 신분증 위조, 주변시세보다 저가로 유인하는 경우 등 전세 사기가 활개를 치며 세입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건물 관리인 이중 계약은 대학생 박모씨의 경우처럼 임대인으로부터 월세 계약을 위임받아놓고 임차인과는 전세 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가로채는 행위를 말한다.

무자격자 또는 자격정지 공인중개사가 중개업등록증 등을 대여받거나 위조해 중개사무소를 차리거나, 아예 임대인의 신분증을 위조해 집주인 행세를 하는 사례도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 하자가 있는 전세 매물에 대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뒤 다수의 세입자들로부터 보증금을 착복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동산써브 조은상 팀장은 "최근 전세난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진 세입자들이 당연히 챙겨야할 것을 챙기지 못하면서 전세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사철에 세입자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전세 사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가 귀해지면서 마음도 급하겠지만 그럴수록 시간을 두고 관련 서류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세 계약시 소유자인 임대인이 본인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분증이나 등기권리증, 등기부등본 등을 서로 대조할 필요가 있다. 중개업소 등록 여부와 중개업자 신분 확인도 필수다. 계약금이나 전세 보증금은 꼭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로 입금해야 안전하다.

특히 과도한 주택 담보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들이 많아지면서 '깡통전세'(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도 못 받는 주택)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 등기를 받아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를 통한 중개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정부는 관련제도 정비에 나섰다. 국토부는 최근 중개사고 시 손해배상 한도를 확대하고 업무정지 중개업자의 사업을 원천 차단하는 등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했다. 공인중개사협회도 자체적으로 중개사고 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 전세 수요자 급증과 함께 전세대출 상품이 증가하는 분위기에 편승한 전세대출 사기도 속출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토부는 전세대출의 경우 정밀 현장조사를 시행하는 사기 대출 정밀 스크린제를 운영 중이다. 각 은행에서도 자체 정보망을 통해 전세대출 사기 예방에 나서고 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전세 사기는 신분증에만 의존하고 여러명이 참여하는 공동중개에 익숙한 거래 관행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임차인 스스로의 권리 확보를 위해 임대인이나 본인의 권리관계를 확실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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