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잉그라운드에서 본 1번홀(파4). 리뉴얼 전에 비해 전장을 50야드 정도 줄였고 페어웨이 벙커를 오른쪽으로 옮겼다. |
◆코스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18홀 전체의 티잉그라운드를 네모꼴로 하고, 바닥은 양잔디로 일원화했다. 그린 프린지도 켄터기 블루그래스로 넓혀놓았다. 10번홀 옆에 있던 그늘집을 없애고 그 곳에 연습그린을 하나 더 설치했다. 14번홀 티잉그라운드 앞에 있던 후반 그늘집은 13번홀(파3) 티잉그라운드 앞으로 이전했다.
코스는 18개홀 가운데 1,5,16,18번홀을 주로 다듬었다. 시작과 마무리 홀을 너무 어렵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깔렸다. 1번홀(파4)은 티잉그라운드를 50야드정도 당겨 전장을 짧게 했고 페어웨이 벙커를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옮겼다. 종전의 ‘핸디캡 첫째홀’이라는 말은 무색해졌지만, 티샷을 캐리로 190야드정도 날려야만 벙커를 넘길 수 있으므로 여전히 쉽지 않다.
5번홀(파4) 티샷 낙하지점에 만들어놓은 크릭. |
16번홀(파5)은 티잉그라운드를 10야드 가량 뒤로 뺀 대신 페어웨이 오른편 잔소나무숲을 없앴다. 또 그린앞 우측 벙커턱 높이를 낮춰 위압적이지 않도록 했다. 아일랜드 형태인 17번홀(3) 그린은 왼편의 경사도를 낮춰 볼이 그린을 벗어나도 물에 곧 빠지지 않도록 했다.
18번홀(파4)은 땅콩 모양의 그린을 동그랗게 바꿨다. 그린을 오른쪽(클럽하우스쪽)으로 이동시켰고 그린앞 벙커는 완만하게 낮췄다. ‘기분좋게 마무리하라’는 배려인 듯하다. 두 번째 샷 거리는 150야드 안짝이다.
◆그린이 빠르다는데…
안양CC는 그린이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그린스피드는 보통 스팀프 미터로 잰다. 경사진 기구에 볼을 놓았을 때 지면에서 굴러가는 거리로 나타낸다. 이 골프장에서는 지난 6월초 스팀프 미터 기준 13.3피트(약 4m)로 그린 빠르기를 셋업한 적이 있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미국 오거스타내셔널GC의 빠르기가 3.7∼3.8m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스피드다. 그러자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골퍼들은 3퍼트, 4퍼트를 하기 일쑤였고 자연히 진행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곧 스피드를 완화한 것은 물론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여름철에도 그린 스피드 3m를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한다. 여름에는 더위와 높은 습도로 인해 그린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그린키퍼들은 잔디를 잘 깎지 못한다. 그린이 느릴 수밖에 없다. 안양·송추·해슬리나인브릿지 등 몇몇 골프장은 예외이지만, 골퍼들에게서 “그린이 왜 이렇게 느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8홀 내내 걷고 OB·로컬룰 없고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이 골프장은 조경으로 그것을 벌충한다. 안양CC의 조경수 값어치를 1조원대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국내 450여개 골프장 가운데 골프카를 타지 않고 18홀 내내 걸어서 플레이하는 곳은 얀양·레이크우드 등 손꼽을 정도다. 골프는 걸어서 플레이하는 것이 정도다. 안양은 개장 이후 45년동안 그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연로한 회원들은 후반에 가쁜 숨을 몰아쉬기도 하지만 예외는 없다.
골프장들은 자질구레한 로컬룰을 둔다. 터무니없는 것도 있다. 그러나 안양CC엔 골프의 원칙을 훼손하는 로컬룰이 없다. 이 곳에는 그 흔한 하얀 말뚝(OB)도 없다. 숲에 빠지면 그곳에서 플레이하고, 볼을 못찾으면 분실처리하고…. 자신이 친대로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그 뿐이다.
9번홀 그린을 벗어나면 ‘無限追球’라는 휘호가 보인다. 골프의 원형을 좇는 안양CC에 어울리는 글일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