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횡포'에 뿔난 현대백화점 하도급업체 대표 고소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현대백화점이 갑을문제를 앞세워 허위사실을 유포한 하도급업체에 대해 강경 대응키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고대행업체인 아이디스파트너스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실관계를 왜곡해 허위 보도자료를 유포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아이디스파트너스는 지난 2004년 현대백화점의 직원들이 분사해 설립한 디자인 용역회사다. 현대백화점과 계약을 맺고 그동안 매장 디스플레이 연출·광고 전단 및 DM 제작 등의 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동호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박호민 아이디스파트너스 대표가 계약 기간 동안 재무제표 검토보고서를 허위로 조작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며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박 대표의 사태를 요구했지만 최근 불거진 갑을문제에 편승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디스파트너스 측은 전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백화점이 지난 2004년부터 디자인 관련 업무을 맡기면서 도급금액을 인건비로만 책정해 이익 발생을 원천봉쇄하는 방식을 취해 아이디스 직원 숫자에 월급만 곱한 금액과 고정 비용만을 대가로 지불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동호 본부장은 "그동안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인건비를 기준으로 용역비를 산정해왔다"며 "여기에 매출과 이익에 따라 수익이 나지 않았을 경우 손실을 일부 보장해줬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계약에 따라 인건비에 163%를 곱하는 방식으로 용역비를 산정해왔다.

그는 "아이디스파트너스가 설립 직후인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매출과 이익에 대한 자료를 조작해 사기 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아이디스파트너스는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재무제표 검토보고서를 허위로 조작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57억원·8억원씩 축소시켰다. 이에 현대백화점 측이 7억3000만원을 부당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이디스파트너스 측은 현대백화점이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논리를 내세워 분사기업은 이익을 취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2006년부터 6년간 아이디스파트너스의 수익 51억67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아이디스파트너스가 지난 2005년 당사와 금강기획간 계약이 만료되자 AOR(Agency of Record) 방식으로 먼저 계약을 제시했다"며 "처음부터 회사 측이 이를 통해 수익을 남기지 않고 백화점의 광고 및 디자인 제작에 재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본부장은 "수년간 걸친 박호민 대표의 법률위반 행위들로 지난 5월30일자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며 "박호민 대표만 자리에서 물러나면 다시 계약을 체결해 일반 직원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