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신 관치금융'에 발끈하는 금융권

2013-06-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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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을 넘어선 현재 금융권에서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정부의 '신 관치금융'으로 불릴 정도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 '인사 태풍'이 휘몰아치면서 금융권 인사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기관의 임원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압박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에 집중된 금융정책으로 인해 금융산업이 위축되거나 왜곡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 금융지주사 수장 선임 개입 논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수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비록 금융공기업이지만,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대통령의 최측근인 홍기택 회장이 선임됐을 때부터 낙하산 인사를 통한 관치금융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문제는 민간 금융사의 수장 교체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은근히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영록 KB금융그룹 사장의 차기 회장 유력설과 관련, "관료 출신도 금융지주사의 회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신 위원장이 임 사장을 KB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추천하면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신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의도 없이 건낸 답변일 수 있다. 그러나 금융권 종사자들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다.

노조는 "신 위원장이 임 사장을 KB금융 회장으로 선임하라고 사외이사들을 압박한 것과 마찬가지고, 임 사장과 금융당국이 결탁해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 금융회사 수장 인사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라며 "박근혜정부의 전형적인 관치금융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결국 지난 4일 임 사장은 KB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또 지난 5일 금융당국이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게 사실상 퇴진을 요구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BS금융과 부산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결과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에 따른 경영상 폐해가 다수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민간기업의 경영진은 내부에서 주주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경영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발견될 경우 감독당국이 개입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창조금융 시행에도 경영 간섭 심화
  
인사 문제 뿐만이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의 핵심이 금융소비자보호와 중소기업 지원 강화이지만, 한편으로는 금융회사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금융을 홀대한다는 지적과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관치금융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쏟아지고 있다"며 "금융권 최고의 갑은 정부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관치금융, 갑을 관계, 금융 홀대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자세를 낮추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달 24일 신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을 홀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책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신 위원장은 하반기 금융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금감원도 지난달 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을관계 이미지 개선'에 대한 특강을 열기도 했다. 강연자로 나선 오종남 서울대 교수는 "금감원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낮은 자세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권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에 대한 노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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