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순천만

2013-04-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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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기수정 기자=전남 순천의 봄은 청초하면서도 화려하다. 벚꽃과 진달래는 비단결보다도 고운 색으로 순천의 전역을 수채화처럼 물들였다. S자 물골과 갈대군락이 향연을 펼치는 순천만과 붉은빛 일몰이 장관을 이루는 와온해변의 풍광은 '살아있음의 감동'을 선사한다. 흑두루미 황새등 천연기념물 희귀 조류가 날아들고 짱뚱어, 새꼬막등 꼬막생산지로도 유명한 순천만을 소개한다.

순천만의 S자형 수로


◆거대한 S자 수로와 갈대군락의 향연
순천시 교량동과 대대동, 해룡면의 중흥리, 해창리, 선학리 등에 걸쳐 있는 순천만 갈대밭의 총면적은 약 15만평에 달한다. 순천만의 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용산전망대를 이용하는 게 좋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을 두루 둘러보기 위해선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원 초입부터 갈대밭 끝까지 약 30분이 걸리고 이곳에서 또다시 용산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데만 30분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갈대밭을 거닐면서 사진도 찍어야 하고 갈대체험열차, 생태체험선 등을 타고 순천만을 자세히 둘러보려면 1~2시간으로는 부족하다.
생태공원 안에 있는 '용산전망대에 올라가지 않고선 순천만을 봤다고 하지 말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왜 용산전망대에 올라야만 순천만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건지 알고 싶어졌기에 용산전망대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드넓게 펼쳐져 있는 거대한 S자 수로와 갈대군락이 눈을 사로잡고 비릿함 끝에 밀려오는 향긋한 갯벌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곳의 갈대군락은 사람의 키보다 훨씬 더 웃자란 갈대들이 밀생(密生)하고 있다.
갈대 군락지로는 이곳 순천만이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가을이면 갈대의 북슬북슬한 씨앗 뭉치가 햇살의 기운에 따라 은빛 잿빛 금빛 등으로 채색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아직 봄이니 이 광경을 보기는 어렵지만 봄의 갈대도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찾는 갯바람이 불어오니 갈대군락 전체가 사그락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망망대해에서 일렁이는 물결처럼 장엄하다.
숨이 차오른다. 얼마나 더 가야 전망대가 나올까 생각하며 가파른 길을 계속 오르니 드디어 용산전망대가 보인다. 이곳에 올라서는 순간 숨이 턱 막히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순천만은 순수함 그 자체다. 자연 그대로의 형상을 갖춘 순천만 전체의 전경에서 후광이 비쳐온다. 용 한 마리가 물길을 훑고 지나간 듯 굽어진 S자 수로 사이로 산들산들 출렁이는 갈대군락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흑두루미, 재두루미, 황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인 희귀조이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1종이 날아드는 곳으로 전 세계 습지 가운데 희귀 조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희귀조류 이외에도 도요새,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기러기 등을 포함해 약 230종의 새들이 이곳 순천만 일대에서 월동하거나 번식하고 있다.

◆와온해변 일몰 '신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

와온해변의 일몰


용산전망대에서 4Km가량 떨어진 곳에는 낙조가 유명한 와온해변이 자리 잡고 있다. 순천만 동쪽 끄트머리 해룡면 상내리로 가면 해양 수산부가 지정한 어촌체험 관광마을인 ‘와온마을’이 나온다. 벚나무에서 벚꽃잎이 하나둘씩 순결한 눈꽃처럼 흩날리는 모습에 이끌려 그대로 내달리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는 시원한 갯바람과 함께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따뜻하게 누워 있는 바다 '와온(臥溫)'. 이곳은 하루의 반은 지평, 하루의 반은 수평의 되는 갯벌 마을이다.
볼거리는 갯벌이 전부인 이곳에 따스한 햇살이 드리우니 고요하고 평온하다. 일몰 시간까지는 3시간여가 남았다. 와온해변의 전경을 감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썰물로 인하여 바닷물이 전부 빠져나가니 좁고 구불구불한 S자 물골이 모습을 드러내고 해변 앞에 위치한 무인도 ‘솔섬’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섬은 학이 납작 엎드린 모양이라 하여 학섬이라고도 불리고 마치 밥상을 엎어놓은 것 같다 하여 상(床)섬이라고도 불린다. 예전에는 섬 안에 주막이 있어 뻘배(꼬막을 잡을 때 쓰는 널)를 타고 조업을 나갔던 어부들이 목을 축이고 돌아왔다고 한다.
와온해변의 색은 다양하다. 내리쬐는 햇볕에 검은 갯벌과 물골이 은빛이 되고 솔섬 너머로 해가 넘어가면서 온통 황금빛으로 변하더니 이내 붉은빛을 띤다. 새색시의 입술처럼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니 가슴이 절로 벅차오른다. 자연의 섭리를 인간이 어찌 거스를 수 있으랴. '자연'이라는 화가가 현란한 붓놀림으로 그려 완성해낸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고 있노라니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다.
노을 지는 와온해변의 전경을 바라보며 도심 속 생활에 지쳐 있는 마음을 위로한다. 낙조가 아름다운 곳, 와온해변. 가족 또는 친구, 연인과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와온해변의 길이는 약 3km이다. 짱뚱어, 새꼬막, 숭어, 맛, 찔렁게, 낙지 등의 수산자원이 풍부하고 특히 꼬막생산지로 유명한 이곳은 꼬막 철인 5월 초부터 10월까지는 꼬막양식장에서 긁어온 산더미 같은 꼬막을 분류하고 손질하는 어부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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