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를 돌보는 가족 중 80% 이상이 우울증상을 갖고 있고, 18%는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박종혁(암정책지원과)·박보영(암검진사업과) 연구팀은 전국의 암환자·보호자 990쌍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측정도구(HADS)를 이용해 설문조사한 결과, 82.2%의 암환자 보호자가 우울증상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고 14일 밝혔다.
또 38.1%의 암환자 보호자는 불안증상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17.7%는 지난 1년간 자살충동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실제 자살시도를 했던 암환자 보호자도 2.8%에 달했다.
우울증상이 있는 암환자 보호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충동과 자살시도 위험도가 2배가량 높았다. 특히 불안증상이 있는 암환자 보호자는 자살충동이 4배, 자살시도는 3배가량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환자 간병에 따른 실직도 자살 생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불안 또는 우울증상이 있는 암환자 보호자가 간병으로 실직을 한 경우에는 자살충동과 자살시도가 약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진은 암환자를 간병하면서 생긴 불안, 우울증상에 실직에 따른 사회적 접촉및 지지의 감소, 낮은 삶의 질 등이 더해지면서 자살충동과 자살시도 위험도가 크게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장기간 암환자를 돌보면서 우울감을 나타내는 암환자 보호자에 대해서는가족과 의료진이 암환자에 준하는 정도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의료진은 권고했다.
박보영 박사는 “암환자 보호자 중 불안, 우울증상을 느끼는 사람은 자살의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며 “암환자의 정신 건강에 초점을 맞추는 데서 나아가 암환자 보호자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4월호에 발표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