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 왜이러는걸까요'..코리아나미술관 '퍼포밍 필름'전

2013-04-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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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0주년 기획전..신체 움직임 담은 영상 14점 소개

질리언 웨어링 페컴에서의 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쇼핑센터 한복판에서 춤을 춘다. 행인들이 쳐다보건 말건 개의치않는다. 이 여자 왜이러는걸까.
이어폰을 끼고 큰소리로 이야기하거나, 크게 노래를 따라부르는 사람을 보는 건 현대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
'공적인 사회속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편집하고 다루는 작가' 질리언은 이 지점을 끼어들었다. 25분짜리 '페컴에서 춤'영상은 공공빌딩 홀에서 자기만 들을수 있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한 여성의 모습을 목격했던 작가가 직접 이 모습을 차용해 만든 작품이다. 질리언은 영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이자 비디오아티스트다.
서울 강남 신사동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퍼포밍 필름'전은 질리언의 작품처럼 퍼포먼스이기도 하고 댄스이기도 하며 연극적인 제스처가 강한 영상작품 14점을 상영하고 있다.

빌리 도르너, 셋 인 모션,20분ⓒ Lisa Rastl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개념미술가 겸 안무가인 빌리 도르너의 퍼포먼스는 방송 프로그램 '런닝맨'이나 '무한도전'에서 따라해볼만 한 서커스같은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중고가구점을 배경으로 담아낸 필름영상은 의자 아래 끼어있거나 책상과 책상 사이에 들어가는 등 가구와 몸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기이한 신체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우리의 모든 사회적 행위들과 몸짓들이 주변 도시 환경이나 오브제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는 도르너의 영상은 익숙한 가구등의 주변 오브제나 도시 건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액션영화같은 영상도 있다.윌리엄 포사이스의 안무 ‘하나의 평평한 것(One Flat Thing)’을 티에리 드 메이가 영상으로 바꾼 ‘하나의 평평한 것, 재생된(One Flat Thing, Reproduced)’은 무용수 14명의 거친 움직임을 보여준다. 테이블을 끌고 고함을 지르며 돌아가거나 테이블 위 아래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댄서들의 약션은 정형화된 안무를 해체하는 윌리어 포사이스만의 비정형적인 안무를 보여준다. 19세기에 지어진 거대한 공장건축내에서 2대의 슈퍼 16 mm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은 와이드 샷, 몽타쥬등 카메라의 다양한 무빙기법을 이용, 신체 무빙 이미지를 탐구한다.

1960년대까지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중에서 겨울의 눈 오는 영상 풍경만을 모은 파운드 푸티지 필름(작가나 감독이 직접 촬영하지 않고 누군가가 찍어놓은 영상을 인용하여 편집하는 기법)은 자연앞에서 무기력한 우리 삶의 인생곡선을 상기시킨다.
라마티크 ? 란바 카라도티르, 마리아나 모르코르. 마그마.

북대서양 극단의 멀리 떨어진 페로 군도의 황량한 풍경을 배경으로 담아낸 흑백 영상작품 '마그마'는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가득하다. 검은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어딘가를 줄지어 올라가거나 헤매고 있으며 반복적인 움직임은 끝과 시작이 모호한 파편화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2010년 리버플 비엔날레에 초대됐고 각종 영화제에서 베스트 필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큐레이터는 "최근들어 안무가의 공연은 종종 미술관에서 퍼포먼스의 형태로 행해진다.안무가 공연장이 아닌 미술관에 출몰하는 것은 낯선 현상이 아니다"며 "이번 전시의 지향점은 몸짓언어가 영상이라는 무빙 이미지와 연동되면서 우리의 지각을 어떻게 확장시킬수 있는지, 예술의 본질이라고도 할수 있는 자유와 해방의 언어로서 어떻게 기능할수 있는 살펴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올 첫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신체움직임이 가득한' 이 전시는 코리아나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그동안 영상 미디어작품 전시장으로 자리매김해온 이 미술관은 코리아나화장품의 지원을 받는 만큼 '신체, 몸, 화장'에 관한 작품들을 발굴 선보여왔다.

유승희 부관장은 "개관 10년은 이제 시작을 의미한다"며 "현대 사회문화와 상호작용하는 수행적인 '몸'의 의미에 주목하는 영상미디어 작품을 더 심화시켜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시는 6월 15일까지.(02)547-9177
알랭 그스포너,구역 나누기 퍼포먼스, 1분, 2010 ⓒAlain Gsp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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