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안무가인 윌리엄 포사이스와 그가 이끄는 The Forsythe Company가 내달 성남아트센터 무대를 찾는다.
이는 세계적 명성의 거장이지만 한국에서는 80년대 후반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해서 만든 <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정도가 알려졌을 뿐이다. 그래서 그의 역사적 첫 내한무대가 더욱 뜻 깊다.
20대 초반 미국인 무용수로서 유럽 무대에 등장,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임안무가와 20년간의 프랑크푸르트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몸담고 있던 발레단 뿐 아니라 뉴욕시티발레단, 샌프란시스코발레단, 네덜란드댄스시어터, 영국 로열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 외 수 없이 많은 발레단을 위한 신작을 안무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발레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형식을 재정립해 가는 것으로 유명하며 철학, 시각예술, 건축, 영상 등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온 그는 발레 한계의 끊임없는 확장을 통해 21세기 춤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헤테로토피아는 포사이스의 최신작 중 단연 최고의 마스터피스로 꼽힌다.
헤테로토피아는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ucault)의 논문 「다른 공간들」(1967)의 개념을 차용한 작품이다.
다른, 낯선, 다양한, 혼종된 공간이라는 의미의 ‘헤테로토피아’는 감옥, 정신병원, 매음굴 등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일상에서 일탈되고 모순된 공간이다.
2006년 스위스 취히리 Schiffbau des Schauspielhaus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번역(Translation)’이라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떤 대상을 듣거나 볼 때 그 실체를 객관적으로 본다기보다는 우리가 이미 가진 지식과 편견, 인상으로 번역을 해서 인식한다는 것.
한편 2005년 몬테카를로발레단의 신데렐라를 시작으로 2012년 국립발레단의 무대까지 꾸준한 레퍼토리를 선사한 성남아트센터는 이번 무대에서 2010년 마츠 에크와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이 선보인 지젤의 파격을 뛰어넘어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선보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