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노조 "하영구 행장 5연임 반대"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씨티은행장의 연임을 두고 노동조합이 반기를 들었다.

하 행장은 지난 25일 지주사와 은행의 이사회 및 행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및 행장직에 단독 후보로 추천돼, 다음달 29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면 5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우리나라 은행권 가운데 5연임 은행장은 최초인 데다, 은행장 재직 기간만 15년이 된다.

지난 27일 씨티은행 노조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반대 의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 관계자는 "2001년 한미은행장으로 선임된 하 행장이 2004년 합병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연임하고 있지만 금융권 내에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합병 직후인 2004년 말 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6%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약 3%대로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 영업점 15개가 폐점해 그마저도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씨티은행의 영업점 수는 215개로, 일부 폐점에 의한 추가적인 영업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조는 "하 행장은 임기 중 씨티그룹 뉴욕본사의 비용 절감 지침만을 따르며 영업점 폐점, 구조조정 등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아울러 "하 행장의 임기 동안 지난 2007년부터 세 차례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총 600여 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고, 신입직원 채용은 오히려 축소시켜 최근 4년간 공채로 채용한 신입직원이 100명이 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씨티은행의 정규직 직원 수는 2004년 말 3860명에서 지난해 말 약 3400명으로 460명 가량(11.9%)이 감원됐다. 같은 기간 다른 시중은행들의 정규직 직원 수가 12.6%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노조는 "하 행장의 5연임 시도가 뛰어난 리더십 보다는 'CEO 대안 부재'가 실질적인 원인"이라며 "이는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으며, 이후 상장 폐지를 통해 주주의 분산이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했다"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내 주주간 견제 기능이 상실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면서 불공정한 약관을 강요한 데 따라 씨티은행에 '기관경고'를, 하 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내릴 방침을 27일 밝혔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간 자회사를 신설, 인수할 수 없고, 보험회사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