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최근 조선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금융권의 지원이 약화되고 있지만 중국은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한중간 수출경쟁에서 우리가 밀리고 있다”며 선박제작금융 활성화, 선박보증기금의 조속한 설립, 회사채시장 안정화 조치 등을 담은 ‘조선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지원과제 건의서’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2001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조선수출 1위로 올라 11년간 정상의 자리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이 392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우리는 378억달러에 그쳐 결국 중국에게 1위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전세계 선박수주점유율에서도 우리나라는 전세계 수주량의 35.0%를 차지하는데 그쳐 중국(33.3%)에 불과 1.7%포인트차까지로 추격당한 상태다.
업계는 기술경쟁력이 뒤떨어진 중국 조선업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고 있다. 건의서는 “중국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구조물 수출 프로젝트 지원, 단독 선박융자 프로젝트 등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내놨다”며 “반면 우리의 경우 불황을 겪는 조선산업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지원이 소극적이어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선박제작금융 지원기관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 단독 지원에서 시중은행까지 선박제작금융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조선사에 자금을 빌려준 시중은행은 거의 없다.
중소조선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요청했다. 건의서는 “조선업 불황으로 신용이 악화된 중소조선사들에 대해서도 수주실적과 발주처 신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금융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중소조선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선박제작자금대출, 만기도래 대출금의 상환연장 등의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선박제작금융의 지원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3년전만 해도 수출입은행이 제작금융 지원방식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대출금을 갚으면 그만큼의 새로운 한도가 생기는 ‘회전한도’로 운영했으나 2011년 사전에 지원총액을 정해놓는 ‘소진한도’로 바꾸면서 실질적인 여신총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업계는 총여신한도에서 선수금지급보증분을 제외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선박보증기금 설립도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건의했다. 대한상의 박종갑 상무는 “최근 우리 조선업계는 어렵게 선박 수주를 하고도 돈줄이 막혀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버금가는 수준의 금융지원을 통해 조선사들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