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외교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한 6개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한 데 이어 4일 만인 이날 나머지 부처의 장관 인선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이 이날 인선안 발표를 다소 이례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새 정부의 골격인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짠 원안을 전제로 조각 명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새 정부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더 이상 인선을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여야는 지난 1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2차 처리 기한인 18일도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
박 당선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된 후 나머지 장관 내정자를 발표하는 일정표를 그렸지만, 여야 협상이 계속 지연되자 후속 인선 발표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야 간 협상의 진행상황을 볼 때 인수위가 발표한 원안에서 부처가 신설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부처 간 업무조정이 핵심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지지부진한 여야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압박 목적도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즉각 야당은 ‘국회 입법권 침해’라는 논리로 강력 반발하고 있어 오히려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이명박 정부 남주홍 통일부·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를 발표할 때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국무위원 내정자로만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해당 부처까지 명시했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가 18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고 해도 취임식이 예정된 25일까지 새 정부 출범에 필요한 인사청문회 등을 마무리하기는 불가능해 ‘지각 출범’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13일 발표한 6개 부처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새 정부 출범 뒤인 27~28일 실시돼서다.
새 정부 측은 늦어도 3월 초까지는 청문회 일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상치 못한 낙마 사태가 발생한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 때는 2명의 낙마자가 나오는 바람에 3월 13일에야 국무위원 임명을 마무리했고, 현 정부 관료로만 구성된 첫 국무회의는 3월 19일에 개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