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설개선 강제 등 車가맹본부 횡포 제동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대기업 자동차 정비 회사인 H본사는 해마다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인테리어 리뉴얼을 강요하면서 관련비용을 챙겨왔다. 인테리어 리뉴얼은 시설개선 실적이 업장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가맹점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기악화로 가맹점들은 시설개선에 응할 수가 없었다. H가맹본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꼼수로 시설개선 불응을 계약 해지사유로 추가하는 조항을 가맹 계약서에 강제 명시했다. H가맹점사업자들은 “가맹점사업자들의 리뉴얼 실적이 저조해지자 H가맹본부가 가맹 해지 사유라는 엄포를 자행해 왔다”며 “대다수의 가맹점사업자들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시설개선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S가맹본부는 정비 가맹점들에게 자신의 상호가 새겨져 있는 차량소모성 물품 등을 주문하도록 강제 약관조항을 명시해왔다. 일정금액 이상의 차량부품을 구비해야 한다는 횡포 조항이다. 이에 가맹점사업자들은 필요이상의 제품을 구비해 놓는 등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특히 가맹본부와의 계약해지 시에도 남은 물품은 반품을 받아주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 정비업체인 현대자동차 블루핸즈(BLUhands)와 기아자동차 오토 큐(Auto Q), GS엠비즈 오토오아시스(autoOasis),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 등 4개 가맹본부의 불공정약관 가맹계약서에 대해 시정, 정비했다고 17일 밝혔다.

대체적으로 정비된 불공정 약관은 △시설개선 강제 조항 △일정규모 이상의 제품구입 강제조항 △계약기간 중 과중한 경업금지 조항 △계약종료 후 부당한 경업금지 조항 등 15개 유형이다.

4개 가맹본부의 해당 약관들은 대형 가맹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사업자에게 필요 이상의 의무를 강요하거나 과도한 위약금 요구 등 부당하고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정된 약관 내용을 보면, 가맹점들이 시설개선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삭제했다. 시설개선 시에는 가맹본부가 일부 비용을 분담하기로 약관을 수정했다.

또 일정규모 이상의 정비 제품구입을 가맹점에게 강제하는 조항도 삭제됐다. 따라서 가맹점사업자들은 필요한 양만큼 주문하면 된다.

아울러 계약기간 중에는 유사업종 등 경업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삭제됐다. 계약종료 후까지 부당 경업을 금지해온 조항도 없앴다. 가맹본부의 영업표지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특히 개점 전 계약해지 시에는 가맹본부가 위약금을 과도하게 부과하면 안 된다. 계약해지에는 상대방의 실 손해를 배상 청구하도록 약관을 수정했다.

계약 중도해지의 경우는 가맹본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위약금 조항을 삭제하고 양 측간 실 손해를 반영해 손해배상토록 수정했다.

정비 제품의 대금결제 수단을 현금으로 제한한 조항은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토록 수정했다. 가맹본부의 의사만 반영된 계약갱신여부 결정도 양당사자의 의사가 모두 반영되도록 약관을 수정했다.

부당한 해지사유를 규정한 조항은 즉시해지 사유가 삭제됐으며 가맹본부의 영업비밀 누설 시 위약금을 과도하게 규정한 조항도 삭제했다.

가맹점에게 불리했던 사업장 양도 조항은 가맹본부의 불승인 통보에 대해 재심 청구와 재심 결과는 30일 내에 가맹점사업자에게 통보하도록 약관을 수정했다. 단 재심자가 가맹본부라는 점은 다소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긴급출동 시 가맹점사업자에게 과중한 책임을 떠넘기는 조항은 ‘귀책사유’를 들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했다. 계약위반 행위를 부당 제재하는 조항은 ‘계약위반 행위가 있었던 시점의 계약 내용에 따라’로 정했다.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에는 가맹사업자가 일체이의제기를 할 수 없었으나 이를 가능하도록 수정했다. 가맹본부가 편의대로 관할법원을 지정하는 조항은 삭제했다. 전국 각지에 소재한 가맹점사업자들의 소송상 편의를 위해서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 “이번 조치로 자동차 정비업 가맹사업 분야의 불공정한 계약관행이 시정돼 중·소상공인인 가맹점사업자들의 부담이 경감되고, 관련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며 “심사대상 업체와 같은 대형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계약관행을 환기함으로써 가맹사업 분야 전반에 공정한 계약질서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사대상 가맹본부의 불공정약관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맹점사업자는 민사소송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설치된 약관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