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신세계' 경찰과 조폭의 머리싸움

2013-02-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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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 최민식(왼쪽)과 이정재. 스틸컷.
아주경제 황인성 기자=영화 '신세계'는 올해 처음 개봉하는 느와르 장르이다. 경찰이 폭력조직에 잠입해 조직원으로 활동한다는 설정은 홍콩 영화 '무간도'를 비롯해 많은 영화에서 다룬 내용이다. 따라서 자칫 아류작으로 폄하될 수도 있지만 박훈정 감독과 배우들은 이런 핸디캡을 멋지게 극복했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이름만으로도 뚜렷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들이다. 세명의 배우들은 영화 속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게 만든 힘이다.

최연장자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 모든 음모를 설계하는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과장 역을 맡았다. 이자성(이정재)을 조직으로 침투시킨 그는 10년 동안 거대 범죄조직 골드문을 장악하기 위해 음모를 꾸며왔다.

최민식은 이번 영화에서 액션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수사기획과장이라는 직함에 걸맞게 폭력조직원들의 서슬퍼런 위협을 능글능글하게 받아치며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모든 계획을 꾸미는 캐릭터답게 극중 거의 책상에 앉은 자세로 연기하면서도 입에 문 담배와 피곤에 찌든 표정 만으로 시종 긴장감을 유발시키며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황정민은 최민식의 대립축이다. 경찰이 주목하는 골드문 조직의 넘버3 정청 역을 맡았다. 화교인 정청은 전남 여수 출신의 잔인한 조폭이지만 천진난만한 면이 있어 한번 믿었던 사람은 끝까지 믿는 우직함을 갖고 있다.

정청이란 캐릭터는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선보인 백사장과도 닮았다. 늘 농담을 달고 살지만 일을 할 때는 과감하게 해치우는 인물, 그게 바로 정청이다. 최민식이 조용한 연기로 영화의 밑바탕을 다졌다면 황정민은 순간의 광기로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이정재는 이자성 역을 맡았다. 경찰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조직에 잠입한 비밀요원이다. 영화는 이자성의 활약상 대신 불안한 내면에 촛점을 맞춘다. 이자성의 심적 갈등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기에 극중 이정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이처럼 얼핏 뻔해보이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는 기존 느와르와 성격이 다르다. 피가 튀는 액션장면이 등장하긴 하지만 액션은 중심 소재가 아니다. 먹이사슬처럼 엮인 세명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2시간 남짓한 런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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