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기아차 그룹과 GS그룹은 전년 12월, 또 삼성, LG, SK 등 재계 상위권 그룹들이 1월 초·중순에 한 해 투자 계획을 확정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며 올 투자 역시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될 수 있는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역대 최대 투자규모인 50조원의 돌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1월이 다 가도록 명확한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 보다 심하고 시장의 유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계획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투자계획 발표 지연의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1월 초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현대차그룹 역시 이달 말이 지나야 올해 투자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앞서 이달 초 지난해 보다 투자금액과 채용 규모를 확대한 내용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발표시기가 늦는 이유로 모두 경기불확실성을 꼽고 있지만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조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눈치보기’가 예년보다 투자계획 발표가 늦춰지고 있는 이유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새 정부가 아직 제대로 꾸려지지 않은데다, 대기업 정책의 구체적 방향도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계획을 발표하는데 부담이 따른 다는 것이다.
물론 연 매출 수백 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가 정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경기불확실성의 이유만으로 투자계획 발표가 늦어질수록 그에 대한 진정성은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
투자계획이 단순히 새 정부의 ‘비위맞추기 용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조속한 투자계획 발표와 함께 그에 따른 책임감도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민주화와 함께 투자의지를 지닌 대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국내 경기를 이끈 대기업들의 빠른 결단과 실천의지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