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이틀 연속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1080원 선이 붕괴된 후 1070원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내린 1076.7원에 마감했다(원화 강세). 지난해 9월 8일 종가 기준으로 1075.1원을 기록한 이후 1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경기 추가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환율을 끌어내렸다. 당국 개입 경계감 속에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과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인 것도 하락 재료가 됐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환율 쏠림현상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나온 것과 더불어 모든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 쏠림 막아라"…정부 추가규제 '만지작'
전문가들은 당국의 추가규제 발표에 따라 하락 속도의 폭은 있겠지만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1055원 선까지는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1050~1060원 정도로 전망했다.
외환당국은 급격한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해 기존에 나온 외환규제 3종세트 이외에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선물환포지션 관리를 당초 월평균에서 매영업일 잔액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나 NDF 거래에 따른 선물환 포지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인 적용 시기와 방법은 시장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구두개입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막지 않으면 계속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방치하지 않는다는 정도지, 정권말 더 큰 개입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27일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조정했는데, 재차 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불황에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우려…日에 밀릴 수도
당초 우려했던 '환율 쇼크'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대(對)중국 수출 호조가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고, 환리스크 관리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지식경제부의 발표에 따르면, 11월 수출이 477억9500만 달러를 기록해 작년보다 3.9% 증가했다.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에 환율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면 수출 채산성 악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환율 하락은 중소기업들의 수출에 직격탄이 된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380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손익분기점 환율은 1102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의 손익분기점(환율 1059원)보다 43원이나 높다. 손익분기점 환율이란 적자를 감내하면서까지 수출계약을 이행하게 되는 한계환율을 말한다.
한계환율보다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해당 기업의 적자폭은 늘어난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버틸 만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부터 5개월 동안 원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5.02% 절상돼 같은 기간 엔화, 위안화의 0.08%, 1.87%를 크게 웃돌았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하락의 영향이 당장 쇼크를 가져오지 않아도 부정적일 것"이라며 "원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일본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도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