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맘심' 공략해 불황 타파

2012-12-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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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실수요자가 주요 고객층<br/>주부 입김 강해져…주부자문단도 호응 좋아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최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맘심(mom心·엄마들의 마음)' 공략으로 불황타파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 보다는 실수요자들이 분양시장의 주요 고객층으로 등장하면서 주택 구입 과정에 주부들의 입김이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설계부터 주부들의 생활방식에 적합하고 자녀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돌볼 수 있도록 아파트를 짓고 있다. 단순한 가구 배치나 인테리어에만 신경쓰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투자보다는 실거주로 바뀌다 보니 주부들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주부들의 입맛에 맞춘 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충남 백석도시개발지구에 분양 중인 '천안 백석 2차 아이파크'는 아이 키우기 좋은 집이라는 콘셉트로 단지를 특화했다. 현관에는 폭 넓은 수납공간이 조성해 부피가 큰 자녀 용품을 수납하기 쉽도록 했으며, 단지 내 보육 시설에 설치된 CCTV를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연동해 언제든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충남 백석도시개발지구에 분양 중인 ‘천안 백석 2차 아이파크’는 주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단지 내 보육 시설에 설치된 CCTV를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연동해 언제든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산업개발]


KCC건설이 동탄2신도시에 분양 중인 'KCC 스위첸'은 단지 입구에 엄마와 아이를 위한 '키즈&맘스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CCTV와 비상콜이 설치된 스쿨버스 전용공간이다. 키즈&맘스카페, 취미존과 연계 배치돼 자녀가 있는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계룡건설이 대전 노은지구에 분양 중인 '노은 계룡리슈빌Ⅲ'는 '여성이 행복한 아파트'라는 콘셉트로 설계됐다. 가계부를 쓰거나 책을 읽고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맘스오피스' 시스템을 적용한 확장형 주방이 대표 사례다. 자투리공간을 활용해 알파룸과 수납공간, 드레스룸도 설치한다.

주부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주부자문단을 운영하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자문단이 제안한 아이디어들은 실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에 적용돼 주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있다.

포스코건설이 운영하는 주부자문단 '더 샤피스트'는 지난 2007년 출범해 올해 6기까지 발족했다. 건축·인테리어·디자인 관련 경력이 있는 30~50대 주부들과 자문교수로 구성돼 온·오프라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문단이 제안한 아이디어 중 단지 외부환경 디자인·모델하우스 서비스 디자인·자녀방 수납시스템 등은 실제 아파트 단지와 모델하우스에 적용돼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GS건설의 주부자문단 '자이엘'은 주방의 뒤쪽 일부 공간을 활용해 상이나 청소용품을 넣어둘 수 있는 수납공간을 제안했고, 이를 적용한 대구 '신천 자이'에 적용돼 높은 청약 결과를 이끌었다. '강서 한강자이' 역시 주부자문단의 입김이 녹아들었다. 냉장고 옆 서랍형 김치 냉장고 자리를 확보하고 화장대 측면에도 별도 수납공간을 만들도록 주문해 '강서 한강자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대림산업은 2005년부터 매년 일반 주부고객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꾸준히 주택상품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2009년 제5회 공모전에서 주부 장현정씨가 제안한 '자가발전 놀이터'는 같은 해 6월 입주한 '정릉 2차 e편한세상'에 실제로 적용된 바 있다.

이처럼 엄마·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실수요자 위주로 돌아가는 부동산 시장 상황상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주변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 여건이 좋은 입지에 엄마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적용된 단지는 미래가치 역시 높다"며 "앞으로도 주택 시장이 투자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 이같은 '맘심잡기' 마케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러한 마케팅이 향후 집값 등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입지 조건이 향후 시세 전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생활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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