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작년 여름 시작된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두 차례 큰 고비를 겪는 동안 신용도 면에서 가장 선방한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최고 신용을 자랑하던 ‘트리플A(AAA)’ 국가는 3곳 중 1곳이 그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리스는 신용등급이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2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말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약 5년간 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의 신용등급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기준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 기간 한국에 대한 무디스 신용등급은 A2에서 Aa3로 2계단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에서 A+로, 피치는 A+에서 AA-로 각각 1계단 높아졌다. 특히 올해 신평사 3곳의 신용등급이 1계단씩 올라간 것을 비롯해 총 4계단 올라간 셈이다.
한국과 함께 터키가 신평사 3곳에서 모두 4계단 올라가 공동 1위였고 뒤이어 칠레, 체코, 에스토니아, 이스라엘(이상 3계단), 호주(1계단) 등 총 7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됐다.
미국, 일본 등 15개국은 두 차례 경제위기 여파를 맞는 동안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독일 등 트리플A 11개국은 약 5년간 신용등급 변동이 없었다. 슬로바키아에 대한 무디스 신용등급은 1계단 내려갔지만 피치는 1계단 올라가 평균을 유지했다.
두 차례 큰 고비를 겪으면서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이 오르며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건전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3.5% 수준으로 200% 안팎의 재정불안 국가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신용지표도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부도위험 지표인 한국 국채(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2일 59.0bp(1bp=0.10%포인트)로 2008년 1월9일(55.0bp) 이후 약 5년만에 60bp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 일본보다 낮은 것이다. 지난 5년간 일본 신용등급은 신평사 3곳에서 6계단 내려왔고 중국은 3계단 올라가는 데 그쳐 한국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편이다.
이에 반해 두 차례 경제위기를 겪는 동안 막대한 부채가 쌓여 신음한 국가들은 신용등급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OECD 15개국에는 트리플A 국가도 5곳이나 포함돼 있다.
작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고 최근에는 S&P에 이어 무디스까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으며 오스트리아도 트리플A 지위를 잃었다.
남유럽 ‘피그스(PIIGS)’ 국가 중 트리플A 국가였던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신용등급은 신평사 3곳에서 모두 26계단, 24계단 각각 내려왔고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도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시달리며 끝없이 추락했다. 그리스는 무디스 신용등급이 약 5년간 A1에서 최하위 등급인 C로 14계단이나 강등됐다.
삼성증권 김지은 선임연구원은 “스페인의 경우 구제금융 이슈가 남아 있고 은행권 문제도 있어 추가 강등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