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국가, 내부안정. 시진핑의 역사적 책무
시진핑 시대에는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그에 따를 정치ㆍ사회적 격변으로 지구촌 미래의 불확실성이 어느때 보다 짙을 전망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지구촌이 공유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을 경감시키고 해소하는데는 미국과 함께 G2에 올라선 중국이 가장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것이다.
또한 중국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심각한 빈부격차 해소와 연안ㆍ내륙, 도ㆍ농간 발전 불균형 시정, 발전모델의 전환 등은 시진핑 시대가 무엇보다 시급하게 헤쳐가야할 과제다.
◆중화민족과 1등국가 굴기
시진핑은 취임일성으로 “중화민족은 위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5일 총서기로 결정된 직후 내외신 기자 상견례에서 “중화 민족은 지난 5000여년 동안 인류 문명의 진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중화민족은 더욱 힘을 길러 인류에 더 공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중화민족을 수차례 강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외부적으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쳐 강대국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주어진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며, 내부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중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단결, 전진해 나가자는 뜻이 담겨있다.
중화민족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단어를 사용해 내부갈등을 천천히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G2에 올라선 김에 세계 제일로 나가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해석된다.
◆절박한 민생문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지난 11월 8일 제18차전국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주민 평균 수입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 지도부의 업무보고는 통상 새 지도부가 이어갈 정책 과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진핑 시대의 경제 성장 목표가 된다.
연평균 7%대 성장을 10년동안 구가하면 GDP나 주민평균 수입이 두배가 된다. 과거 10%대를 넘나드는 고속성장시대에서 성장률 7%대의 중속성장시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중속 성장의 틀안에서 발전 전략의 조정과 경제 발전 방식의 전환을 추진, 민간 부문 확대 등을 통해 내수 위주의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총서기 역시 “인민이 더 좋은 교육, 더 많은 수입, 그리고 더 나은 의료ㆍ주거ㆍ사회보장ㆍ일자리를 원하고 있다”며 “이게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말해 민생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대대적 정풍운동 예고
시진핑 지도부에 맞닥뜨리고 있는 내부문제는 무겁기 그지없다. 시진핑은 “당 간부들의 부패와 독직, 군중과의 괴리, 형식주의, 관료주의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질타하며 “모든 당원이 경각심을 갖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 대대적인 정풍운동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시진핑의 이 발언은 중국 인민들의 부패청산에 대한 갈망에 맞닿아 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 비리 사건에서 보듯 부정부패가 여전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더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책임과 의무를 준수하기보다는 회피가 만연한 당과 정부 내 분위기를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경쟁과 협력
중국은 최근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가쿠 열도)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필리핀, 베트남과의 영토갈등을 빚고 있다. 이 곳에서의 분쟁은 상대국들이 미국의 우방이며,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G2 상대국인 미국과 연계돼 있다. 또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미국과 국지적인 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은 미국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시진핑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협력의 틀 속에서 경쟁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시대는 중국과 미국이 경쟁 속에서 협력을 모색하면서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역할을 해나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