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서울대병원 외과교수 |
서경석 서울대병원 외과교수는 31일 “간이식은 죽음의 문턱에 있는 환자를 살려내는 아주 훌륭한 치료 방법이고 이를 위해서는 훌륭한 간이식 수술 외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많은 우수 인력들이 쉽고 돈을 많이 버는 직종을 선호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 라며 “수술이 힘들고 외과 의사들에 대한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분야에 지원하는 우수한 의사들이 없다” 며 안타까워했다.
간이식을 비롯한 외과 수술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가장 중요한 의료 기술이고 따라서 우수한 인력이 지원을 해야 국민의 전체적인 삶이 향상된다.
서 교수는 간이식 수술분야에서 ‘국내 최초’를 달고 다니는 명의(名醫)다.
그는 1998년 국내 최초 뇌사자 분할 간이식, 2001년 생체 부분 및 보조 간이식, 2008년 국내 최연소 (생후 60일) 영아 간이식, 2008년 심장사한 환자로부터 간이식 수술을 잇따라 성공하며 명성을 얻었다.
서 교수가 소속돼 있는 외과 간이식팀은 지난해 간이식 수술 건수가 1000례를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연간 160례 이상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수술을 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으로 생체간이식 공여자의 간을 떼어 내는 수술을 하면서 단 한명의 환자에서도 중대 합병증이 없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수술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3%, 말기 간경병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8.8%로 세계 유수의 병원들의 간이식 성적을 앞선다.
특히 생체 간이식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간이식을 처음 시작한 미국이나 생체간이식을 처음 시작한 일본에서도 생체 간이식을 배우기 위해서 서 교수를 찾을 정도다.
간세포암환자로 색전술을 수 차례 받고 또 복강내 림프절에 전이가 있어, 림프절 박청술까지 시행해 사실상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환자를 살렸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서 교수는 “그 환자는 항암치료 등으로 인한 간기능 악화로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생명의 연장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나를 찾아왔다” 며 “당시 워낙 오랜 기간 진행된 간세포암환자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기증을 강력히 원하는 효심이 나를 감동시켰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수술을 받았던 환자는 건강을 되찾았으며 아들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본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서경석 서울대병원 외과교수 |
의료산업 발전 위해 정부 및 관련기관에 바라는 점도 밝혔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여건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못 받는 환자들이 많다” 며 “간이식은 좋은 치료법이긴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수술이어서 환자들의 경제적 지원이 좀 더 확대기를 바라며 특히 소아환자에서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상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나라 간이식 분야가 세계적이라 할 수 있으나 기초 연구 및 기초 통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뒤지는 면이 많다” 며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비 지원 및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낮은 사체 장기 기증률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체 장기 기증률이 선진국에 비해서 상당히 낮다” 며 “국가적으로 장기 기증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사체 간이식이 늘어나면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외국에 나가는 원정 장기이식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간이식 대기 환자는 5542명이나 실제 뇌사기증자는 284명에 불과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의 각오와 바람도 언급했다.
“간세포암의 치료 성적을 90%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장기기증 활성화돼 생체기증이 줄고 원정이식이 없이 우리나라의 많은 말기간질환 환자들이 치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사이자 교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후배들을 잘 교육하고 수련시켜 저보다 훨씬 유능하고 실력 있는 세계적인 간수술 의사를 많이 양성해 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별로 할일이 없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