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이 31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 겸 하나금융 전 회장이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과 관련,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외환은행 이사회는 하나고에 250억원을 출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고, 외환은행 노조(이하 노조)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감정싸움으로 확산됐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은 노조의 주장과 반발에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가 지난 30일 모 일간지에 하나고를 '귀족학교'로 비유하는 광고를 싣자, 김 전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 외환銀 하나고 출연, "자발적 기부"
김 전 회장과 윤교중 하나고 이사, 김진성 하나고 교장은 31일 하나은행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의 광고 게재를 강하게 바판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을 강요한 적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전 회장은 "올해부터 하나금융 뿐 아니라 외환은행 임직원 자녀도 하나고 입학 대상자에 포함하기로 했고, 이에 외환은행 측에서 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고 학생 중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는 20% 수준이다.
올해부터 외환은행 임직원 자녀도 하나고에 입학하게 됐지만, 비율을 더 늘리진 않고 기존 20% 안에 포함된다. 결국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게 되는 셈이다.
김 전 회장은 "외환은행이 250억원을 출연하면 하나고가 그에 상응하는 예금을 하므로 외환은행은 이자 부분인 8억~9억원가량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외환은행의 캐시플로우(현금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합병 갈등 "학생이 피해봐선 안 돼"
특히 김 전 회장을 비롯한 하나고 관계자들은 합병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장은 "노조는 하나고의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하는데 비교 기준 자체가 잘 못 됐다"고 지적했다.
일반 고등학교의 등록금은 1년 평균 180만원 정도이고, 하나고의 등록금은 다른 자율형 사립고나 외국어고등학교와 같은 540만원 수준이며, 하나고의 경우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고등학교 등록금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장은 "노조가 하나고를 귀족학교라 표현했는데 강남권 학생수도 제한돼 있고 모든 지역의 학생들이 동등하게 입학한다"며 "또 학생의 20%는 경제형편이 어려운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고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도 있는데, 이런 광고로 인해 이들이 상처 받거나 불이익을 볼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하나고 측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이사는 "노조의 광고는 하나금융의 합병과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이고, 오직 하나고를 비하한 것에 불과하다"며 "광고를 낸 노조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전임회장이 이사장인 자율형 사립고에 250억원을 출연한 것은 사회공헌이 될 수 없다"며 "모든 진실이 확인될 때까지 지속적인 진상규명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