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국민'과 '시민사회'의 도돌이표

2012-10-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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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이정은 기자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야권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동시에 이에 대한 피로감도 함께 쌓여가고 있다. 사실상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면서부터 떠올랐던 후보 단일화 논쟁은 40여일이 지난 지금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단일화에 대한 조바심이 더 큰 민주통합당이 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자 하면 안 후보 측은 언제나 '국민'을 내걸었다. '국민이 결정해주는 가운데서 방향을 찾게 될 것이다, 국민이 단일화를 만들어주면 승리하겠다' 등 사실상 '국민'을 내세우며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최근 들어 국가 원로나 지식인들이 잇따라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자 이에 힘입어 '시민사회'를 앞세우고 있다. '합리적인 단일화의 방안을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사회 쪽과 함께 또 안 후보 쪽과 함께 충분히 협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쪽은 '국민'이라는 방패로 단일화 논의를 막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시민사회'라는 무기로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어느 쪽이 더 셀지는 추후 지켜봐야 알 문제이지만 지금은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 시기가 많이 늦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앞서 안 후보가 출마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시간을 지나치게 끌어왔던 데서 쌓인 피로감이 현재 단일화에 대한 피로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늦은 출마선언 탓에 안 후보의 공약집 발표도 다음달 10일로 예정돼 있다. 물론 공약도 다 발표하지 못했는데 단일화하라는 요구는 맞지 않지만, 대통령 선거는 이미 날짜가 정해져 있다. 시험 보는 날 지각한 학생에게 맞춰 나머지 학생들에게 문제를 늦게 불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정해진 시간까지는 정해진 수순대로 가야만 한다. 지금은 유권자가 선택과 집중을 할 시기다.

기존 정치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안 후보는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대선까지 50여일을 앞둔 촉박한 시간 속에서 후보나 정책을 제대로 검증할 시기를 놓쳐 기존보다 더 못한 선거가 될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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