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기' 수첩을 펼쳐보이는 박원순 서울시장. |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오는 26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음달 1일 미분양된 은평뉴타운에 일주일간 임시 시장실을 운영하는 등 현장 중심의 행보를 가속화한다.
박 시장은 24일 서울시청 신청사에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미분양된 SH공사 아파트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입주자들이 겪는 많은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고민해 답을 찾아 나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전통시장, 청년실업, 노인좌절과 보육 등 여러 민생 현장을 누비며 해답과 대안을 찾기 위해 시장실이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0월26일 보궐시장 선거에 당선된 뒤 현장 중심의 행보를 이어온 박 시장이 임기 1년을 전환점으로 더 탄력을 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임기 1년간 3대 핵심 공약인 친환경 무상급식, 시립대 반값 등록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이는 '먼저 우리의 삶을 보살피라'는 시민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책(聽策) 워크숍 등 '현장 행정', 정보소통 광장 개설 등 '열린 행정', 뉴미디어를 통한 민원 수렴과 같은 '트위터 행정' 등 3대 행정혁신도 지난 1년간 성과로 꼽았다.
박 시장은 남은 임기동안 "기업과 대학의 인재 연동을 통해 맞춤형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년의 꿈이 실현되는 '청년 일자리 허브'를 조성하겠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영세 상인을 보호하고 전통시장과 골목 경제 활성화를 위한 모든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뉴타운 출구 전략을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촉구했다.
그는 "정부의 매몰비용 지원이 없으면 뉴타운 해제 속도가 둔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주거재생센터 등 다양한 창조적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 총선 때 여야가 매몰비용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니 새 정부가 이런 압력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뉴타운 지역 매몰비용 지원 문제에 대해 실패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전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 시장은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시민의 삶을 바꾸는 시장이 되고 싶다"며 "임대주택 8만호 공급은 가능하고, 채무 7조원 감축은 쉽지 않지만 감축세는 확실히 유지해 시민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장 재선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2년8개월이라는 임기는 짧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긴 시간이기도 하다"며 "시장이 되기 위해 살아오지 않았듯이 재선을 위해서 시정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선과 관련, "내 역할은 아무 것도 없다"며 "선거법상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게 돼 있으니 법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3430명의 시민자문단의 이름이 빼곡히 써있는 배경 앞에서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참으로 짧고도 긴 세월,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그간의 소회를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냈다.
박 시장은 후한서 황보규전에 나오는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亦可覆舟.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라는 말을 언급하며 "시대를 떠나 '민심의 힘'을 깨우쳐주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시청 공무원들에 대해 "저같이 꼬장꼬장하고 꼼꼼한 리더 밑에서 참으로 무던히 잘 견뎌주셨고 혼신의 힘을 다해 소임을 다해 줬다"며 "여러분들처럼 좋은 동료를 만난 것은 제 생에 커다란 의미가 됐다"고 감사의 말도 전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지만 우리는 하나의 장중한 연주를 해내는 오케스트라"라며 "(시민들이) 끊임없이 참여해주시고 허심탄회하게 지적하면 저도 서울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잘 지휘해내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그동안 지시사항 등을 체크한 '시정일기' 수첩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시장이 되고 나서 쓰기 시작한 시정일기"라며 "지난 1년간 시정을 이끌면서 들었던 느낌, 아이디어 등을 적은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