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들이 대부분 단기로 자금을 넣어뒀기 때문이다. 현재 지속적인 환율 하락(원화값 상승)세가 전망되면서, 외화예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9월말 기준으로 304억3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1월(279억6400만달러)에 비하면 9개월 간 60억달러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외화예금은 현재 총예금의 약 3%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지난 6월말 대외충격에 의한 위기 상황 대비를 위해 ‘외화예금 확충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총 3단계로 구성된 이 방안의 첫번째 단계는 거주자의 외화예금 확대기반 마련, 해외교포 유치 및 현지점포 수신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5개 은행 중 외환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6월말보다 외화예금 잔액이 총 32억5400만달러 늘었다. 외환은행은 은행 중 잔액이 가장 많지만 6월말 112억6100만달러에서 9월말 112억1900만달러로 줄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억400만달러, 1억78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기간 외화예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국민은행도 증가율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한국은행 통계상 9월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은 392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무역흑자에 따른 수출대금 예치 증가와 해외증권 발행자금 예치가 늘어난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국책은행의 연구소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은 수출대금이 늘어도 리스크 관리상 적당한 시기에 환헤지를 위해 환전해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통장에 돈을 넣어두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도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수출을 미루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외화예금은 더욱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예금은 대부분 기업보다 개인의 힘이 크지만, 외화예금은 개인 비중이 턱없이 부족하다. 거주자 외화예금의 90% 이상이 기업이고 개인 비중은 9.8%가 고작이다. 당국에서는 개인 부문의 예금 유치도 장차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금리가 겨우 1%대인 데다, 이 역시 환율 리스크를 감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기는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1월 국민은행이 출시한 'KB국민UP외화정기예금' 잔액은 9월말 현재 74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이 올 7월 출시한 '환율케어(Care)외화적립예금'은 19일 현재 603건에 36억8600만달러를 기록중이다. 외환은행이 지난 3월 출시한 '장기우대 외화정기예금'은 판매 실적이 417건, 100만달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