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경제-3> 일자리 만능시대는 갔다

2012-10-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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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능시대는 갔다. 이제는 ‘양’보다 ‘질’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최근 미국 실업률이 '마의 8%'를 깬 7.8%를 기록하면서 두 미국 대선 후보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52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고, 공화당의 밋 롬니 대통령 후보는 “실제 경기 회복을 뜻하는 게 아니다”며 축소하는 모양새다.

올해 우리나라 대선의 주요 화두 역시 ‘일자리’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자리 정책은 어떤 공약보다도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또 경기 침체를 견뎌낼 수 있는 절박한 과제라서다. 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는 것은 사회적 의존계층의 수를 줄일뿐만 아니라 생산계층을 늘려 세원까지 증대시키는 등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번 추석 민심 행보 이후 각 후보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숫자 논리에 빠진 일자리 공약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시한 일자리 정책들은 다분히 ‘숫자 늘리기’ 수준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에만 치중하다보니 늘어난 일자리는 저임금 단기 일자리거나 자영업, 또는 지자체의 공공일자리가 태반인 수준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는 일자리를 250만개 늘리겠다고 제시했으며 이명박 정부도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통합당도 지난 총선에서 3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의 지원 규모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창출에 쓴 돈은 9조9000억원이었다. 내년 일자리 창출에 쓸 예산은 10조 8000억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민주통합당 조정식 의원은 최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연간 일자리 60만개 창출도 지난 4년 평균 20만3000건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늘어난 일자리 45만개 중 경제 성장에 따른 일자리는 20만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5만개의 일자리는 단시간 근로나 영세자영업 등이 차지하고 있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취업자수는 36만4000명이 늘었지만 10개 일자리 중 4개는 자영업인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착시현상’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통계는 일자리 수만 늘리는 것은 단순한 숫자놀음이며 지원만 퍼붓는다고 쉽게 양질의 일자리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어떤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나

때문에 올 대선 후보들도 일자리 정책에 고심중이지만 여전히 장밋빛 공약이 판치긴 마찬가지다. 정보통신(IT)이나 고부가가치 직종을 늘려야 한다고 선언적인 수준에서 머무르는 후보도 있고, 가계부채나 급증하는 자영업 비율과는 상관없이 청년 창업을 강조하는 후보도 있다. 사실상 구체적인 실행방법 등 각론은 '실종'됐고, 수량적 유연화 속 대안 찾기는 '낙제'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 분야를 다각화·전문화시켜야 할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제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의대 이재승 교수는 "MB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위주로 늘어나 양적으로는 팽창됐지만 실제 실업률은 개선이 됐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이번 대선 후보들도 표를 의식해 구호만 남발하는 빈 껍데기 정책만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용의 질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하고, 또 일부 유망 직종에만 치우치기 보다는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은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에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한국 고용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자 수(15~64세)는 2261만명으로, OECD(조사 대상 32개국) 국가 중 8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청년(15~24세)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5.5%로 헝가리·룩셈부르크와 함께 꼴찌 수준에 머물렀다. 또 30~3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5%로, 절반에 불과했다.

단기 및 불안전한 취업자들의 고용안정책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최근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근로,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불완전취업 부문에서 생겨났다"며 "사회보험 적용 확대, 적합한 일자리의 발굴과 주선, 취업교육 강화 등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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