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국에서만 유독 비싼 아름다울 권리

2012-10-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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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의 욕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색조 립스틱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쯤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초나 독성이 있는 아이오딘 등에서 추출한 붉은 염료를 입술에 바르기도 했다.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도 5세기께부터 고구려 벽화 인물상에 화장한 여성이 등장했다.

여성의 화장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질기다.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여성의 심리가 강해진 만큼 이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화장품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YWCA가 백화점 매출 상위 10개 수입 브랜드의 화장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수입가격이 미국·일본 등 8개국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가격보다 비싼 것은 물론 백화점의 경우 수입가보다 최대 7배 이상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립스틱의 수입가격은 7.9배에 달했다.

수입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된 원인은 유통구조 독점에서 기인했다. 랑콤·시슬리 등 수입화장품은 국내 지사가 외국 본사와 판매계약을 체결한 후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공급하는 2단계 유통구조다.

이처럼 수입화장품이 독점으로 수입·판매되다보니 공정한 가격경쟁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소매업체 간의 경쟁도 활발하지 못하다. 실제 국내 13개 유통 채널의 판매가를 비교한 결과 백화점은 병행수입 업체보다 17%, 면세점보다는 24% 비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병행수입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반갑다.

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 여성의 92.7%가 수입화장품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다수가 비싸다고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백화점으로 향하는 이유는 고가화장품을 바르면 조금 더 예뻐질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비싸면 구매하지 않는다'는 식의 사고로는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소비자는 병행수입 제품이 정품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내려놓아야 한다. 업체도 원가와 이윤 등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 역시 유통채널 다변화를 통해 공정한 가격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한국에서만 유독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가 비싸다는 건 참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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