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한은, 경제살리기 '역주행'?

2012-09-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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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박선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국가경제 전망에 대해 '관망'을 택했다.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00%로 동결한 것이다.

금통위는 유럽과 미국의 경기 상황에 따른 변화를 좀더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추가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결정이다.
그러나 국내 경제 실물지표가 잇따라 악화되는 등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실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금리 인하 대신, 영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총액한도대출 증액 카드를 꺼냈다.

◆ 금통위 '지켜보자'…내달 인하 가능성 높아

기준금리는 지난 7월 3년 5개월만에 0.25%포인트 낮아진 이후 두 달째 동결 행보를 지속했다.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글로벌 경제 상황으로 보인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신 재정협약 및 유로안정화기구(ESM)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OMT) 방안 시행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완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QE3)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의 정책 효과를 보고 금리를 낮춰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최근 5조9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내놨기 때문에 해당 정책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 실물경기 지표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은 대부분 10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로 대폭 낮아졌고, 이 기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마이너스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6.2% 줄어들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앞으로 국내경제는 유로지역 재정위기의 장기화, 글로벌 경제의 부진 등으로 마이너스 GDP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에 있을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큰 상태”라며 “10월에는 인하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상무도 “경기 추이보다는 대외적인 정책을 본 뒤 한 번 더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며 10월 인하를 점쳤다.

◆ 물가 불안 '꿈틀'…'실기' 논란 불거져

당초 시장에서는 부진한 경기상황을 이유로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경기지표 상 추가 인하가 불가피한 데다, 현재 물가도 안정세를 기록하고 있는데 굳이 다음달로 미룰 필요가 있었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2%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8월말 발생한 태풍피해와 국제 유가 및 곡물가 상승에 따라, 물가 상승률 하락세는 멈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가 오르더라도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3.0%)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물가가 일단 오르면 쉽게 내려오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 인하의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물가는 태풍 및 추석 등의 영향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며 “물가가 안정된 현 시점이 금리를 적절하게 내릴 수 있는 타이밍이었지만 이를 놓쳐, 향후 실기책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석태 SC은행 상무도 "현재 경기흐름이 심각하다는 것은 한은이나 정부도 인식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와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경기 부양책으로 금리 인하 대신 저소득 계층을 지원하는 총액한도대출 증액 카드를 꺼내들었다. 영세자영업자로 타깃을 좁혔기 때문에 금리 인하보다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김중수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리 정책과 이번 금융지원방안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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