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폐업도미노'오나..서울 1호점 결국 문 닫아

2012-09-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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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공급가' 탓에 실제 타 주유소와 차이없어…실효성 의문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서울시에서 처음 문을 연 알뜰주유소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폐업 도미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름값의 가격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알뜰하지 않은' 알뜰주유소들이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형제주유소가 10일 영업을 중단했다. 올해 초 정부가 알뜰주유소 보급을 확대하며 서울시 1호점으로 등장한 형제주유소는 알뜰주유소로 영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업계는 형제주유소가 영업을 중단한 것이 '비싼 공급가'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존 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경우 ℓ당 100원 가량 싸게 기름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공급가는 싸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는 알뜰주유소의 가격 및 공급계약 준수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평가시스템을 이달 중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아 실효성을 언제 거둘지는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이 굳이 발품을 팔아가며 인근 알뜰주유소를 찾지 않고 있다. 역삼동에 직장인 정용우(40)씨는 "발품을 팔아도 고작 10~20원 저렴한 알뜰주유소를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더구나 서울지역은 오히려 값이 비싸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알뜰주유소에 대한 호응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지역 휘발윳값이 가장 싼 주유소 12곳 가운데 알뜰주유소는 광진구 평안(1979원)·구로구 알뜰풀페이(1985원) 주유소 2곳에 불과했다.

서대문구 한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석유공사에서 들여오는 물량 단가가 높아져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오히려 정유사들이 자가 폴 주유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바람에 알뜰주유소의 마진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석유공사에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들이 기존 폴사인 주유소의 반발을 고려해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을 낮추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면 해당 폴 주유소가 반발하기 때문에 알뜰주유소에만 낮은 가격으로 휘발유를 공급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형제주유소 역시 서울시 1호 알뜰주유소로 주목받았지만, 높은 공급가 때문에 경영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무분별한 알뜰주유소 확산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며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소가 늘어나는 등 주유소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름 공급가보다는 알뜰주유소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입장이다. 또 삼성토탈의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가격을 더욱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형제주유소가 판매가격이 높았던 만큼 영업을 중단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삼성토탈의 물량을 늘리고 정유를 직수입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등 알뜰주유소에 공급가는 계속해서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당초 목표로 했던 알뜰주유소 700개 설치가 조기 달성됨에 따라 연말까지 300개를 추가해 1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겐 시설개선, 자금 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키로 했다. 그간 정유사가 100% 공급했던 알뜰주유소 휘발유에 대해 연말까지 정유사 비중은 52%로 낮추고 삼성토탈의 공급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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