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력거래소 “‘제2의 9·15(블랙아웃)’는 없다”

2012-08-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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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 예측 오차율 1.3%..세계 최고 수준<br/>핫라인 거미줄 연결로 신속한 위기대처 능력

16일 오후 4시30분 전력거래소 상황실. 전날 폭우로 더위가 한풀 꺾여 이날 예비전력은 계속 400만kW 이상을 유지했다.
아주경제 권경렬·박수유·한지연 인턴기자= “365-1=0”

365일 중 단 하루라도 실수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한국전력거래소 상황실에 걸려 있는 문구다. 그만큼 전력수급이 물샐틈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6일 오후 방문한 전력거래소의 공기는 후텁지근했고 실내조명 역시 어두웠다. “실내가 좀 더운 편이죠? 우리부터라도 아껴야죠” 전력거래소 관계자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광복절 내린 폭우로 더위가 한 풀 꺾였지만 전력거래소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해 9월15일 일어난 정전대란은 전력거래소로서는 잊지 못할 악몽이다. 추석연휴 끝에 찾아온 늦더위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사상초유의 블랙아웃을 경험함으로써 불편함을 겪은 것은 물론 병원, 교통신호 시스템과 주요 산업설비 등이 대규모 정전이라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됐다.

이후 전력거래소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전력 안정공급’이라고 쓰인 조끼를 작업복으로 착용한 상황실 요원들의 표정은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한 관계자는 “상황실 근무자들은 24시간 3교대 근무체제로 항시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5시 전력거래소 비상상황실. 전력거래소는 9월22일까지 하계 비상 수급 기간을 연장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쓴 보약이 됐다는 지난해 정전대란 뒤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전력거래소는 우선 새로운 전력수요 예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금진 전력거래소 홍보전략팀 차장은 “지난해 9·15 정전사태 대책으로 숭실대 산·학협력단·위덕대 등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난해 말부터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적용된 단기수요예측프로그램(KSLF, Korea Short term Load forecast)은 날씨, 기업체 조업률, 전력소비 경향, 경제 상황 등 불확실한 변수 및 오차율을 반영해 1차적인 전력수요를 산출한다. 그 결과 수요 예측 오차율을 기존 2.2%에서 1.7% 수준까지 낮출 수 있었다. 또한 인적쇄신을 바탕으로 새로 영입된 기상전문가의 조정이 더해지면서 오차율은 1.3%까지 낮아졌다.

이 차장은 “선진국에서도 전력수요 예측 오차율은 2% 안팎”이라면서 “1.3% 오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위기관리 매뉴얼도 강화됐다. 비상상황실에는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해 유사시 빠르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핫라인은 청와대,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으로 실시간 연결돼 작년과 같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한다. 공급력 확보에만 주력하던 기존의 방어적 자세에서도 벗어났다. 수요관리대책을 수립해 보다 적극적으로 전력 부족에 대처했다.

전경희 중앙전력관제센터 급전운영팀 차장은 “9 ·15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에 맞춰 생산력만 늘리려다 이상기온에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각 기업체나 가정, 공공기관에서 자발적으로 수요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력거래소는 각 기업체에서 절전하는 만큼 보상금을 지급 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있다. 또 피크타임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사전에 계약된 산업체에 공급을 늦춰 부하를 관리한다. 실제로 예비력 확보가 관건인 전력거래소 업무상 전략적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수요관리제도의 도입은 많은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작년처럼 늦더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계 비상 전력수급기간을 오는 9월22일까지로 늘렸다. 발전소들의 점검기간도 뒤로 미뤘다. 인적쇄신을 위해 전문인력도 대거 보강했다. 전력계통운영 경력 30년 이상의 외부 전문가를 8명 채용했고, 기상청 출신 기상전문가 2명도 영입했다. 특히 계통운영요원 7명은 북미 전력계통 국제 자격증도‘아시아 최초’로 취득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진용을 꾸린 셈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사태를 겪으면서 다양한 대응방안 및 사전 방지 시스템을 갖췄다”며 제2의 블랙아웃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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