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물가 안정세를 들어 시장에서는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대외경제 여건에 대비하고 지난달 선제적 조치 효과를 좀더 지켜보는 차원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무게를 싣는 의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미 장기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선반영된 모양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미 지난 7월 11일 3.19% 이후 꾸준히 기준금리인 3.00% 수준을 밑돌고 있다.
지난 3일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77%를 기록했으며, 5년물도 지난달 20일부터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다. 앞서 금통위는 ‘일단 동결 후 8월에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3.00%로 깜짝 인하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인하 요인으로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 위험과 국내총생산(GDP) 갭(gap)을 언급했다. GDP갭은 잠재GDP와 실질GDP 간 격차를 말하는 것으로, 김 총재는 GDP갭이 향후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GDP갭이 마이너스를 보이면 잠재 성장 여력이 실제 경제성장률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 인하 정책을 쓰게 된다. 한은은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실제 경기 상황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불안이 지속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분기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성장하며 33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기간 설비투자 역시 3.6% 축소되고 전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0.2% 줄었다. 지난 7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8.8% 감소했다.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대가 언급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 물가가 지난해 7월보다 1.5% 상승하며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하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펀더멘털이 부진하고 물가는 안정됨에 따라 7월에 이어 8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 역시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을 10월로 전망하지만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다소 서두른 분석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두 달 연속 금리를 인하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경제성장률 전망과 물가상승률 둔화 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한 것이라면, 이달은 건너뛰고 좀더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조치를 유보하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의 영란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유럽 상황을 좀더 살펴본 다음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이달에는 아껴둘 가능성이 높다"며 "연속 인하할 가능성도 40% 정도로 가늠해볼 수 있으나, 9월이나 10월경 인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