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23일(현지시간)올림픽 개막을 앞둔 런던 중심가 캐빈디시 스퀘어에 144년만에 비누로 부활한 컴버랜드 공작 기마상이 설치 공개됐다.
한국작가 신미경(45)의 '비누로 새기다:좌대 프로젝트(Written in Soap: A Plinth Project)'다. 지난 1770년부터 1868년까지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던 컴벌랜드 공작의 ‘기마상 조각’을 1.5t의 비누로 재현했다. 이 원작은 19세기 전쟁에 대한 그의 태도에 대해 반감이 때문에 철거된 바 있다.
런던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신 작가는 “우연히 이 좌대 공간이 빈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곳에 비누 기마상을 설치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예술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신 작가의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해 지원에 나섰고 헌치오브베니슨 갤러리가 후원했다. 프로젝트에 사용된 비누는 러시 코스메틱스가 기증했다.
흙으로 조각상을 먼저 만들고 나서 실리콘 등으로 주형을 떴다. 크레인을 동원해 끓는 비누를 한 번에 붓는 고난도의 작업을 거쳤다.
기마상은 1년간 전시된 뒤 실내로 옮겨진다. 작품은 전시되는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풍화한다. 시간의 흐름과 날씨에 따라 비누 조각상은 점점 닳아지며 향기를 풍기게 된다. 조각의 세밀한 부분 역시 무뎌지고, 퇴색되면서 또 다른 의미의 공공기념물을 창조하고, 고금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질문한다.
서울대 조소과 대학원을 졸업한 신 작가는 런던 슬레이드 스쿨에서 예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16년째 런던에서 활동하는 중이며 서양 고전 돌조각을 비누로 재현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한편 런던올림픽 기간에는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신 작가의 비누 도자기 38점을 전시한다. 또 10월 대만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곳에서 한국전쟁참전기념비 제작에 참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