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글로벌 전자업계들이 인력 감축 등 '감량경영'에 돌입했다. 일본 소니가 올해 말까지 전체 인력의 6%를 줄이기로 한 데 이어 파나소닉도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통한 조직 슬림화로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투자비 대폭 증액을 통한 '공격경영' 모토로 새판짜기를 서두르고 있어 주목된다.
◆ 글로벌 전자업체, 인력감축·사업축소…"허리띠 졸라맨다"
소니·도시바와 함께 '일본 IT전성시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일본 파나소닉은 올해 본사 인력 절반을 감원하거나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파나소닉은 본사 인력 7000명 가운데 3000~4000명을 연내 희망퇴직 신청을 받거나 자회사에 전환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의사결정구조를 슬림화하고 경비를 절감하는 한편 경영자원을 성장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소니도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리먼쇼크 이후 전 세계에 걸쳐 1만6000명 이상을 줄인 소니는 지난달 또 한 번의 대규모 감원작업에 착수했다. 소니는 중소형 LCD부문을 도시바·히타치와 통합하는 한편 올해 말까지 전체 직원의 6%가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개인용 PC업체인 휴렛팩커드(HP) 역시 전 직원의 약 8% 수준인 최대 3만명을 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아이패드·삼성전자 갤럭시탭 등 태블릿PC의 인기로 주력 PD사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TV 등 디스플레이 분야와 PC시장의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라며 ""경쟁에서 진 글로벌 IT업체들의 경우 미래 시장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생존 차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LG, "선행 투자로 승기 잡는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올 한 해도 공격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지난해 23조원보다 2조원 늘어난 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부품사업의 양대 축인 반도체(15조원)와 디스플레이(6조6000억원) 분야에 집중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5조5275억원)보다 40.4% 늘어난 7조7593억원을 쏟아부었다.
여기에는 "경쟁사가 투자를 머뭇거릴 때 5~10년 앞선 투자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삼성은 항상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진행된 지난 4년 동안에도 꾸준히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이후 올해까지 총 93조2040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59조180억원은 공장 증설 등 시설 확충에, 34조1860억원은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 분야에 투자했다. 매출 대비 투자비율은 16.1%에 달한다.
LG전자도 구본준 부회장의 지시 아래 올해 R&D 부문에 사상 최대 투자를 결정했다. 4조2000억원의 총투자금액 중 2조6000억원을 R&D에만 쏟아부을 방침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시장 창출을 위해 선행 R&D 투자를 확대해, R&D를 중심으로 우수 인재 조기 발굴과 육성에 힘써야 한다"며 "제품 리더십을 확보해 시장을 선도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업황이 좋지 않다고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중장기적인 미래 투자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R&D 투자는 꾸준히 늘려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