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돼 왔던 KB금융지주가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금융시장 환경이 개선돼 우리금융매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자신했던 금융당국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사진)은 1일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이날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KB 꿈나무마을 사랑 만들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매각 조건을 검토한 바 없으며 아직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련기사 11면>
지분인수가 아닌 합병을 추진할 경우 KB금융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돼 합병을 하기가 용이해졌다고 하는데 아직 법안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자리를 함께한 박동창 KB금융 부사장도 “우리금융 인수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합병을 하게 될 경우 정부 지분이 1%라도 남아있으면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이 합병 방식으로 매각될 경우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이 상당 부분 남게 되지만, 의결권 제한 등을 통해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칠 경우 메가뱅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어 회장은 “메가뱅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재 KB금융이 기업금융 등에서 잘 하고 있다”며 “시너지효과 없이 자산만 키우는 인수합병(M&A)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금융당국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자위와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특정 금융회사를 인수 후보로 상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신한·하나·농협금융지주 등이 우리금융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사실상 KB금융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돼 왔다.
KB금융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사모펀드(PEF)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 남은 대안이지만, 이 또한 지난해 실패한 경험이 있어 금융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우리금융 매각 작업의 향방을 속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우선 어 회장이 우리금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또 인수전에 참여한 사모펀드가 경쟁력을 갖춘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할 경우 우리금융 매각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이 한 발 물러선다면 우리금융 매각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금융당국이 정권 말기에 전시 행정의 일환으로 우리금융 매각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